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이 10월 20일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그는 서태지·신해철을 날카롭게 다룬 비평과 수려한 문체로 '가요는 강헌'이라 불린 가요 비평의 대표 인물이었다. 입문이라면 짧은 비평·대담에서 시작해 《전복과 반전의 순간》, 신해철 추도서 순으로 읽고 저서는 서점에서 확인하면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이 10월 20일 별세했다. 향년 64세. 1990년대 가요를 좋아했다면 그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텐데, 정작 그가 쓴 글은 읽어본 적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출발점은 분명하다. 서태지와 신해철을 다룬 짧은 비평과 대담에서 시작해, 강연을 엮은 책 《전복과 반전의 순간》으로 넓히고, 마지막에 신해철 추도서로 가는 순서가 가장 부담이 적다.

Ytalo Marcos
강헌은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같은 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음악 이론을 공부했고, 처음에는 영화 쪽에서 일했다.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같은 1980년대 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평론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가수 김현식에 대한 글이었다. 후배의 부탁으로 쓴 이 평론이 주목받으면서 대중음악평론가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20년 가까이 홍익대·성균관대 등에서 대중음악사를 가르쳤고,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을 지냈다. 평론가이면서 문화 행정가이기도 했던 셈이다.
강헌의 글이 회자된 건 당대 최고의 스타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신해철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음악가를 날카롭게 분석하면서도 문장이 수려했다. "가요는 강헌, 팝은 임진모"라는 말이 생길 만큼, 그는 가요 비평의 대표 격으로 꼽혔다.
구체적인 장면도 있다. 1994년 문화 계간지 '리뷰' 창간호에서 그는 서태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록과 립싱크, 샘플링 같은 주제가 오갔는데, 지금 보면 당시 가요계가 무엇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신해철에 대해서는 "위대한 2인자"라는 평을 남겼다. 서태지라는 강력한 존재가 늘 앞에 있었다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다. 칭찬도 유보도 아닌, 자리와 관계를 함께 보는 시선이었다.
입문이라면 글의 길이와 밀도를 기준으로 삼는 게 편하다.
처음에는 서태지·신해철을 다룬 짧은 비평이나 대담부터 본다. 분량이 길지 않고, 익숙한 음악가를 소재로 해서 그의 문체와 관점에 적응하기 좋다. 다음은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다. 강연을 바탕으로 음악사의 주요 장면을 추린 책이라, 한 편씩 끊어 읽어도 흐름이 이어진다. 비평 한 편보다는 호흡이 길지만 강의체라 접근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2018년에 낸 신해철 추도서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를 권할 만하다. 강헌 자신은 이 책을 평전이 아니라 추도사라고 불렀다. 그래서 인물의 생애를 정리한 책을 기대하면 결이 다를 수 있다. 다만 평론가가 한 음악가를 어떻게 애도하는지 보고 싶다면 이만한 글이 드물다.
저서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아직 구할 수 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과 별개로 명리학 책 《명리: 운명을 읽다》도 널리 알려졌는데, 40대에 큰 병을 앓은 뒤 공부한 결과물이다. 평론과는 성격이 다르니 관심사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생애와 경력을 먼저 훑고 싶다면 포털 인물 정보나 위키백과의 '강헌(음악 평론가)' 항목, 각 서점의 저자 페이지를 확인하는 게 빠르다. 별세 직후 여러 매체가 추모 기사를 냈으니, 당시 그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함께 읽으면 입문의 방향을 잡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