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예능의 재미는 투덜대는 직설 캐릭터가 센 상대와 부딪힐 때 나오는 티격태격에서 나온다. 그의 출연작은 여행형 '꽃보다 할배', 운영·관찰형 '삼시세끼·윤식당·서진이네', 토크·직설형 '비서진'으로 갈리고 상대에 따라 케미의 결이 다르다. 지예은 발언으로 입문했다면 보고 싶은 케미를 먼저 정하고 그 작품을 1화부터 보는 것이 가장 낫다.

지예은이 "동태눈으로 보고 있는데 어떻게 춰요"라고 항의하게 만든 그 표정. SBS '비서진'에서 이서진이 상대의 무대 연습을 미덥지 않다는 듯 바라보던 장면이다. 처음 본 사람은 '저 사람 원래 저런가' 싶을 텐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리고 그게 이서진 예능의 핵심이다.
이서진 예능은 착하고 화기애애한 맛으로 보는 쇼가 아니다. 투덜대고 직설적인 사람이 만만치 않은 상대와 부딪힐 때 나오는 마찰이 재미의 엔진이다. 그러니 아무거나 틀기보다, 그 마찰이 가장 선명한 작품부터 고르는 편이 낫다.

대정 김
이서진의 예능 캐릭터를 발굴한 건 나영석 PD다. 나PD는 이서진이 카메라 앞뒤가 같은 사람이라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대본으로 만든 투덜거림이 아니라 실제 성격이 새어 나오는 것이라, 상대와의 티격태격이 연기처럼 겉돌지 않는다.
구조도 단순하다. 투덜대지만 결국 제 몫은 해내는 이서진 옆에, 그에 밀리지 않는 상대를 둔다. 상대가 셀수록 케미가 산다. 나PD와는 일로는 신뢰하면서도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고, 윤여정 앞에서는 한풀 꺾이며, 김광규와는 서로 놀려 먹는 식이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다르게 보이는 게 관전 포인트다.
이서진 예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어떤 결을 원하느냐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진다.
| 유형 | 대표 프로그램 | 티격태격 상대 |
|---|---|---|
| 여행 | 꽃보다 할배 | 나영석 PD, 어르신들 |
| 운영·관찰 | 삼시세끼·윤식당·서진이네 | 윤여정, 옥택연, 박서준 |
| 토크·직설 | 비서진 | 김광규, 게스트 |
여행형인 '꽃보다 할배'(2013)는 이서진이 노배우들의 짐을 지고 유럽을 도는 '짐꾼' 역할로 나온 작품이다. 예능인 이서진이 사실상 여기서 시작됐다. 운영·관찰형은 나영석 PD, 윤여정과 묶이는 계열이다. '삼시세끼' 정선편에서 시골살이를 하고, '윤식당'과 '서진이네'로 넘어가며 해외에서 식당을 차린다. 토크·직설형은 가장 최근의 '비서진'으로, 나영석 사단을 벗어나 김광규와 티격태격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입문 순서에 정답은 없지만, 원하는 결에 맞춰 1화부터 보는 걸 권한다. 중간부터 들어가면 인물 관계가 이미 짜여 있어 케미의 맥락을 놓치기 쉽다.
정리하면 기준은 간단하다. 어떤 상대와의 케미가 보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고, 그 작품을 1화부터 보면 된다. 투덜대는 이서진은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부딪힐 때 가장 재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