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명 없이 출생연도와 출신학교만 적힌 학폭 폭로 글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이 특정 배우를 지목했고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지목은 폭로자가 아니라 누리꾼의 추론으로 이뤄졌고 현재까지 공개된 증거는 없다. 공유 전에 증거 유무, 지목의 출처, 입장 발표의 성격을 구분하면 오인 확산과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작성자는 익명의 'A씨'로, 과거 한 여배우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배우의 실명을 적지 않았다. 대신 출생 연도와 출신 중학교 같은 신상 정보를 언급했다. 이후 일부 누리꾼이 이 정보를 근거로 특정 배우를 지목했고, 의혹이 빠르게 퍼졌다.
지목된 배우의 소속사는 30일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현재 공개된 사실이다. 정리하면 확인된 것은 '익명 글이 올라왔다'와 '소속사가 부인했다' 두 가지다. 폭행이나 치료 경력 같은 글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어느 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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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라는 사실 자체가 거짓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피해자가 신변 때문에 익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익명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주장에 검증 가능한 증거가 붙어 있느냐다.
이번 글에는 아직 공개된 증거가 없다. 작성자는 동창생 증언과 추가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했을 뿐이다. 예고는 증거가 아니다. 사진, 진단 기록, 당시 정황, 제3자의 일치하는 증언처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나오기 전까지, 주장은 주장의 자리에 둬야 한다. 묘사가 상세하다는 점이 곧 사실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소속사의 부인도 그 자체로 결백의 증명은 아니다. 입장 발표는 어디까지나 당사자 측 주장이다. 다만 공식 입장에는 책임이 따른다. 허위로 드러나면 소속사와 배우가 역으로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을 때는 발표의 '성격'을 본다. 단순 부인인지, 법적 대응을 예고했는지, 구체적 사실관계를 조목조목 반박했는지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이번 사안에서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짧은 입장을 냈고, 공개된 후속 조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주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이 사안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다. 배우를 특정한 것은 폭로자가 아니라 누리꾼이라는 점이다. 작성자는 실명을 밝히지 않았고, 출생 연도와 학교라는 조각 정보만 남겼다. 그 조각을 꿰어 한 사람을 지목한 것은 제3자의 추론이다.
이 추론은 틀릴 수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지역 학교를 다닌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2021년 연예계 학폭 폭로가 쏟아지던 때에도 엉뚱한 인물이 가해자로 지목돼 2차 피해를 본 사례가 반복됐다. 추측성 지목이 퍼지면, 설령 원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엉뚱한 사람이 함께 피해를 입는다. 공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옮기는 사람도 이 추론에 가담하게 된다.
판단이 설 때까지 글을 옮기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래도 공유 여부를 정해야 한다면, 다음을 먼저 확인한다.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모른다'에 걸린다면, 그 글은 아직 공유할 단계가 아니다. 의혹의 진위는 결국 증거로 가려진다. 그때까지 판단을 미루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신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