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닥터X'의 5·18 묘사를 두고 국회 국민동의청원 방영 중단 요구와 시청 불매 운동이 나왔다. 그러나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을 넘기면 상임위에 회부될 뿐 방송을 멈출 권한은 없고,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후에 맡으며 편성은 방송사 몫이다. 과거 '조선구마사'처럼 실제 중단은 광고·계약 철회까지 겹쳐 방송사가 스스로 결정할 때 일어났으므로 청원 숫자보다 어디서 결정이 나는지를 봐야 한다.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10월 24일 방송된 6화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루면서 논란이 됐다. 극 중에는 헬기 사격으로 형을 잃고 머리에 총알 파편이 박힌 채 살아온 피해자가 나오고, 반대로 5·18을 "북한 놈들 짓"으로 몰거나 시민 간 총격이라 주장하는 대사도 등장한다. 6화 직후 국회 전자청원에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SNS에는 시청 불매 포스터가 돌았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가 궁금해한다. 청원으로 드라마를 멈출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청원 하나만으로는 방송이 멈추지 않는다. 멈춤을 결정하는 권한이 청원과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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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이 동의하면 '성립'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올해 5월에도 동북공정·역사 왜곡 논란이 인 한 드라마의 방영 중단 청원이 등록 사흘 만에 51,868명을 넘겨 위원회로 넘어갔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까지다. 상임위 회부는 '국회가 안건으로 검토한다'는 의미지, 방송을 중단시키는 명령이 아니다. 청원은 여론을 모아 공론장에 안건을 올리는 장치이며, 그 자체에 편성을 바꿀 강제력은 없다.
실제로 방송을 멈추거나 제재할 수 있는 통로는 둘로 나뉜다.
하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다. 역사 왜곡 등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방심위 심의는 대체로 방송이 나간 뒤에 이뤄지는 사후 심의이고, 제재도 주의·경고·과징금 등이어서 '다음 회차를 틀지 말라'는 식의 즉각 중단과는 거리가 있다.
다른 하나는 방송사의 편성권이다. 무엇을 언제 방송할지는 방송사가 결정한다. 창작물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2021년 청와대도 관련 청원에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즉 방영 중단이라는 최종 버튼은 사실상 방송사가 쥐고 있다.
같은 '논란'이어도 결과는 갈렸다.
| 사례 | 주된 압박 | 결과 |
|---|---|---|
| 조선구마사(2021) | 민원·청원·광고 전면 철회 | 2회 만에 편성 취소 |
| 설강화(2021) | 방영 중단 청원 | 끝까지 방영 |
| 동북공정 드라마(2026) | 청원 5만 명 돌파 | 상임위 회부, 방영은 계속 |
'조선구마사'는 제작이 80%가량 끝난 상태에서 폐지됐지만, 그 방아쇠는 청원 숫자가 아니라 광고·협찬사의 전면 철회와 지자체 지원 중단이었다. 광고가 빠지면서 방송을 유지할 경제적 이유가 사라지자 SBS가 스스로 편성을 접은 것이다. 반면 '설강화'는 청원이 올라왔어도 방송사가 편성을 유지해 끝까지 방영됐다. 숫자가 아니라 '방송사가 중단을 택할 이유가 생겼는가'가 갈림길이었다.
이런 논란을 읽을 때는 확인된 사실과 누군가의 해석을 분리해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실에 해당하는 것은 방송 회차와 날짜, 실제 방영된 장면과 대사, 청원 동의 수와 그 처리 단계, 방송사의 공식 입장 유무 같은 것들이다. 반면 "원작에 없는 내용은 정치적 의도"라거나 "진상을 제대로 조명했다"는 평가는 해석이자 주장이다. '닥터X' 건에서도 한 평론가는 5·18이 리메이크 소재로 충분하며 정치적 목적이라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장면을 두고 평가가 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안이 '사실 다툼'이 아니라 '해석 다툼'에 가깝다는 신호다. 기사를 볼 때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입장인지 선을 그으면, 청원 숫자에 휩쓸리지 않고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