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가 쿠팡플레이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 데뷔 40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구독자 인플루언서 박경희를 연기한다. 화려한 이미지의 배우가 취향도 외형도 다른 캐릭터를 위해 유튜브를 처음 파고들며 만든 인물이라, 연기 변신의 결이 다르다. 완벽한 외피 뒤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 이 블랙코미디의 축이라, 박경희의 균열이 어떻게 벌어지는지가 시청 포인트다.
김혜수가 쿠팡플레이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 맡은 인물은 박경희다. 구독자 100만 명을 거느린 패션·인테리어 인플루언서이자 인테리어 회사 CEO. 데뷔 40년 차 배우가 인플루언서 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블랙코미디다. 행복한 가정을 콘텐츠로 소비하며 사는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을 벌이는 이웃 의사 부부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혜수는 출연을 정한 이유로 제목과 대본을 꼽았다. "제목에 확 시선이 갔다"며,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방식이 여느 작품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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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과정이 흥미롭다. 김혜수는 원래 유튜브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역할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유튜브를 깊이 들여다봤다고 했다. 조회수와 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살폈고, 국내외 유명 인플루언서를 두루 참고했다. 인테리어 채널의 고조회 영상까지 연구 대상이었다.
디테일도 캐릭터의 일부로 봤다. 박경희의 헤어스타일을 정할 때는 CG까지 동원해 외형을 맞췄다. 다만 연구와 실행은 다른 문제였는지, 김혜수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할 자신은 없다"고 솔직히 덧붙였다.
김혜수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이미지가 있지만, 박경희는 그와 결이 다르다. 김혜수 본인도 "제가 가진 화려한 이미지가 있지만, 경희는 취향도 보이는 것도 저와 굉장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캐릭터의 뿌리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박경희는 지하방에서 출발해 완벽한 삶의 외형을 만들어 낸 상류층 진입자다. 김혜수는 이 인물을 "그림 같은 가족의 외피를 팔아 성공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성공만 보고 달려온 가장이 어디에서 균열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는지가 연기의 관건이었다고도 했다. 성공한 인플루언서라는 겉모습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단순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실제 성공한 인플루언서들의 '완벽한 일상' 연출을 캐릭터의 껍데기로 빌려 오되, 그 껍데기가 깨질 것을 전제로 설계된 인물에 가깝다.
그래서 이 캐릭터의 핵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균열이다. 김혜수는 "예기치 못한 상황 앞에서 민낯이 드러나는 게 이 캐릭터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했다. 극 중 박경희는 남편의 외도 의혹과 딸의 교통사고 사건에 잇달아 휘말리며 가족을 지키려 애쓴다. 잘 관리된 외피가 사건 앞에서 어떻게 벗겨지는지가 이야기의 축이다.
김혜수 스스로도 이 지점을 부담스러워했다. 40년 경력에도 "불안하게 준비하고 덜덜 떤다", "모니터 보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고, 후반부 장면은 "재미있는데 겁이 났다"며 7회를 극의 정점으로 꼽았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불륜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민낯"인 만큼, 완벽하게 포장된 인플루언서라는 설정은 그 민낯을 가장 극적으로 벗겨 내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시청을 고민한다면,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삶 자체보다 그 삶이 언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따라가는 편이 이 작품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