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은은 택시운전 자격을 딴 뒤 보험설계사로, 홍콩 배우 펑샹링은 전속계약 만료 후 택시기사로 전업했다. 이런 선택은 작품 단위 계약과 소수 집중형 수입 구조에서 나온 현실적 결정이지 개인의 몰락이 아니다. 배우의 전직을 볼 때는 화려함이 아니라 프리랜서 소득의 불안정성과 전직 후 오히려 안정될 수 있는 현금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한때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던 배우들이 운전대를 잡았다. 배우 겸 방송인 정가은은 2025년 5월 택시운전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30년 넘게 개인택시를 몰아온 아버지의 뒤를 이은 선택이었다. 이후 그는 택시 운전을 접고 보험설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사에 취직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33세 배우 펑샹링은 9년간의 연예계 활동을 마치고 전속계약이 끝나자 전업 택시기사가 됐다. 평소 좋아하던 운전을 직업으로 바꾼 경우다. 남성 배우 쪽에서는 악역 전문으로 알려진 최왕순이 배우 일을 접고 택배 상하차 현장에서 일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은퇴 후 갑자기 몰락했다'는 흔한 서사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다른 직업을 계획적으로 준비해 옮겨갔다.

Marcelo Jaboo
배우라는 직업의 소득 구조를 보면 이 전직이 이해된다. 배우 수입은 극소수 톱스타에게 몰리고, 대다수는 작품 단위 계약으로 산다. 촬영이 있을 때만 돈이 들어오고, 다음 작품이 언제 잡힐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고정급도, 자동으로 붙는 4대보험도 없는 프리랜서 구조다. 나이가 들수록 맡을 배역이 줄면 소득의 진폭은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일한 만큼 현금이 들어오는 택시, 실적이 곧 수입이 되는 보험 영업, 몸을 쓰면 일당이 잡히는 택배는 소득의 예측 가능성이 높은 쪽이다.
여기에 배우 활동에 따르는 비용도 작용한다. 매니지먼트 수수료, 의상과 자기관리, 오디션을 위한 이동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출이 꾸준히 나간다. 일이 끊긴 기간에도 이런 비용과 생활비는 멈추지 않는다. 반면 택시나 영업직은 일을 시작한 날부터 곧바로 수입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숫자를 보면 이 판단이 분명해진다. 펑샹링은 차량 임대료와 기름값을 뺀 하루 순수입이 2,000홍콩달러, 우리 돈 약 34만 원이라고 밝혔다. 월 20일을 몰면 약 4만 홍콩달러, 700만 원 안팎이다. 그는 배우로 활동하던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했다.
정가은의 경우 택시로 잘하면 한 달 1000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이는 최대치를 가정한 가능성이지 보장된 평균은 아니다. 매일 장시간 운전을 전제로 한 수치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화려함 뒤의 현실을 볼 때 흔히 지나치는 부분이 있다.
동정할 일도, 특별히 미화할 일도 아니다. 불규칙한 소득의 직업에서 예측 가능한 소득으로 옮겨간 것에 가깝다. 화면 속 얼굴을 오래 봐온 시청자일수록 이 담담한 전환을 있는 그대로 읽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