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 소속사 입장문과 폭로 글이 엇갈리지만, 어느 쪽도 그 자체로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 '사실무근'이나 '강경 대응' 같은 표현은 태도일 뿐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 때문에 법적 대응 예고가 폭로의 진위를 가려 주지도 않는다. 폭로와 반론을 확인된 사실과 주장으로 나누고, 수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기준을 세워 두는 것이 안전하다.
연예인 학폭 의혹이 터지면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이 엇갈린다. 폭로 글이 올라오고, 소속사가 입장문을 내고, 다시 새로운 증언이 붙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중 어느 글도 그 자체로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다. 입장문의 강한 표현도, 폭로의 구체적 묘사도 '입장'이지 '판결'이 아니다.
그래서 읽는 순서가 중요하다. 누구 편을 먼저 정하는 대신, 각 글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부터 갈라 읽는 쪽이 덜 휘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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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에 자주 나오는 '사실무근'은 보도나 소문에 근거가 없다는 부인이다. 부인은 주장이지 증거가 아니다. '강경 대응', '선처 없는 법적 조치' 역시 의지의 표현일 뿐, 그 대상이 폭로자인지 이를 퍼 나른 익명 계정인지는 입장문마다 다르다. 실제로 같은 논란에서도 한 소속사는 유포자 고소를 예고하고, 다른 소속사는 먼저 제보를 받아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할 만큼 태도가 갈린다.
특히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형법 307조 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다. 헌법재판소도 2021년 이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즉 소속사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는 사실만으로 폭로 내용이 거짓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허위 사실 유포(307조 2항)는 훨씬 무겁게 처벌되지만, 그 역시 법원이 가릴 문제다.
폭로 글을 읽을 때는 문장을 두 종류로 나눠 보면 선명해진다.
구체적 시점과 정황이 담긴 글은 최소한 확인해 볼 지점이 있다. 반대로 감정 표현만 반복되면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이르다. 반론도 같은 잣대로 본다. 소속사 입장문이 폭로만큼 구체적인 반박을 담았는지, 아니면 '사실무근' 한 줄로 끝났는지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포털에 뜨는 기사 상당수는 폭로 글이나 입장문을 받아쓴 전언이다. 매체 여러 곳에 같은 내용이 걸렸다고 해서 교차 확인이 된 건 아니다. 하나의 원문을 여러 곳이 옮겼을 뿐일 수 있다. 제목이 단정적일수록 본문에서 그 근거가 당사자의 말인지, 제3의 확인인지 짚어 봐야 한다. 조회수를 노린 매체일수록 확인 절차보다 속도를 앞세우기 쉽다는 점도 염두에 둘 만하다.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다음을 확인하고 판단을 미뤄도 된다.
학폭 의혹은 고소·수사·재판으로 가면 종결까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입장문이 나온 날의 분위기와 최종 사실관계는 다를 수 있다. 빠르게 편을 정하기보다, 확인된 사실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결과적으로 덜 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