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은 베니스영화제 초청작 인터뷰에서 과거 연기력 혹평과 '연기가 즐겁지 않았다'는 심경을 털어놓으며 지금은 영화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실제 그의 평가는 스타성이 앞섰던 초기에서 '비열한 거리'를 전환점으로, 밀수 청룡영화상 수상까지 이동해왔다. 멜로·장르물·실화극 등 취향에 맞춰 대표작을 시기순으로 골라 볼 수 있다.

조인성의 이 말은 지난 9월 23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백은하의 주고받고'에서 나왔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현지에서 진행한 인터뷰다. 자기 대표작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나온 회고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연기하는 게 즐겁지는 않았다. 잘하고 싶어서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유도 분명히 밝혔다. "못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부딪혀야 했고 극복해야 했다"는 것이다. 데뷔 약 28년 차 배우가 과거의 연기력 혹평을 스스로 꺼낸 셈이다. 다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요즘 영화를 좀 사랑하는 것 같다"는 말로 마음이 바뀐 지점을 설명했다.
이 발언이 흥미로운 건, 그의 필모그래피가 실제로 '못한다는 소리'에서 '평단의 호평'까지 이동해왔기 때문이다.

İNZİLE DAL
조인성은 1998년 광고 모델로 얼굴을 알린 뒤 2000년 드라마 '학교 3'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름을 각인시킨 건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이다. 최고 시청률 39.7%를 기록한 이 드라마로 그는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시기 평가는 대체로 엇갈렸다. 큰 키와 강한 존재감으로 화면을 채웠지만, 연기 자체보다 스타성이 앞선다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본인이 말한 "못 한다는 소리"가 집중된 것도 이 무렵으로 볼 수 있다.
흐름이 바뀐 작품은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다. 유하 감독과 만나 삼류 조직의 2인자 병두를 연기하며, 조인성은 멜로 미남 이미지를 벗고 밑바닥 인물의 결을 그려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여러 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배우로서의 무게중심이 이때부터 옮겨간다. 잘생긴 주연에서, 인물의 그늘까지 감당하는 배우로 평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굳혔다. 2013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가 대표적이다. 감정의 결을 촘촘히 쌓아 올리는 멜로에서 그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멜로에 강한 배우'라는 평가를 얻었다.
초기의 물음표가 이 시기에는 상당 부분 지워졌다고 볼 수 있다.
공백기를 지나 2021년 영화 '모가디슈'로 스크린에 복귀했고, 같은 해 넷플릭스 '지옥'에도 출연했다. 결정적인 건 2023년 '밀수'다. 밀수왕 권상사 역으로 극의 국면을 쥐고 흔들며, 제44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상을 받았다는 점이 오히려 의미가 있다. 화면 중심에 서지 않아도 존재감을 만드는 배우가 됐다는 뜻이다. "요즘 영화를 사랑한다"는 최근 발언은 이런 재평가의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지금 그의 작품을 처음 찾아본다면 취향에 따라 고르는 편이 낫다.
"즐겁지 않았다"에서 "사랑한다"로 옮겨온 배우의 궤적을, 이 작품들을 시기순으로 따라가며 확인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