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는 검사가 재판을 청구한 절차일 뿐 유죄 확정이 아니며, 불구속 기소 역시 죄의 경중과는 무관하다. 마약 사건에서 실명이 빠지는 것은 신상공개 요건이 엄격하고 유죄 확정 전까지 무죄추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인지 추정인지, 기소인지 확정인지를 구분해 읽으면 추측성 보도를 걸러낼 수 있다.
마약 혐의로 연예인이 기소됐다는 기사를 보면 이미 죄가 정해진 것처럼 읽히기 쉽다. 그런데 기소는 검사가 법원에 "이 사건을 재판해 달라"고 청구하는 절차일 뿐, 유죄를 선언한 것이 아니다. 기소된 사람도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무죄로 추정된다.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1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항소·상고가 가능한 상태라면 아직 확정이 아니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 단계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일반적 이해다. 그래서 '기소됐다'와 '유죄가 확정됐다'는 전혀 다른 단계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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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자주 붙는 '불구속 기소'라는 표현도 오해를 부른다.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피의자의 신병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불구속 기소는 피의자를 가두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로 재판에 넘긴다는 뜻이다.
수사기관이 불구속을 택하는 건 대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정한 주거지와 직업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건, 불구속이 "죄가 가볍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점이다. 혐의가 무겁더라도 신병을 굳이 확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구속으로 재판이 열린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벌금형부터 집행유예, 실형까지 나올 수 있다. 불구속이라는 단어 하나로 결과를 가늠할 수는 없다.
왜 많은 기사가 실명을 밝히지 않을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려면 법이 정한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시행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개 대상 범죄를 한정해 두고 있다.
이 법이 정한 대상에는 살인, 성폭력,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과 함께 조직·마약 범죄가 들어간다. 다만 마약 쪽에서 공개가 열리는 건 조직적으로 이뤄진 마약 범죄다. 개인의 단순 투약 혐의가 곧바로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공개하려면 범행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충분한 증거, 공익상 필요라는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심의위원회 의결까지 거쳐야 한다.
여기에 무죄추정 원칙이 겹친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실명을 언론이 그대로 적으면 명예훼손 문제가 따라올 수 있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면책 여지가 생긴다. 실명이 빠진 기사는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넘지 못한 선이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실명을 적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누구인지 알 수 있게 쓰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국내 정상급 배우', '특유의 저음' 같은 묘사가 기사에 붙으면서 특정 인물로 지목되는 일이 반복됐다. 수사기관이 직업 정도만 공개했는데, 보도의 수식어가 쌓여 실명과 다름없는 특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 방식은 실명을 적지 않았다는 형식만 갖췄을 뿐, 결과적으로는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특정인에게 못 박는다. 독자가 추측 댓글로 이를 완성하면 사적 제재에 가까워진다. 기사가 실명을 비웠다면, 그 빈칸을 상상으로 채우지 않는 것이 읽는 사람의 몫이다.
기사와 게시물을 볼 때 다음 네 가지만 짚어도 추측을 걸러낼 수 있다.
| 확인할 것 | 신뢰 신호 | 주의 신호 |
|---|---|---|
| 출처 | 수사기관 공식 발표 | "~로 알려졌다", "전해졌다" |
| 단계 | 유죄 확정 | 기소·수사 중 |
| 실명 | 공식 확인 | 간접 묘사로 추정 |
| 표현 | "혐의", "주장" | 단정적 기정사실화 |
핵심은 단어를 구분해 읽는 습관이다. '기소'를 '유죄'로, '불구속'을 '가벼운 죄'로, '알려졌다'를 '확인됐다'로 바꿔 읽는 순간 사실에서 멀어진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은 확정되지 않은 채로 두고 보는 것이, 당사자에게도 독자 자신에게도 가장 안전한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