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 자체를 막는 규정은 없지만, 해외에 있는 동안에는 실업인정 신청이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 따라서 여행의 가능 여부는 여행을 갔는지가 아니라 실업인정일에 국내에서 출석하거나 신청했는지로 갈린다. 출국 전 실업인정일을 확인해 일정을 맞추거나 고용센터에 미리 상담해야 하며, 출국 사실을 숨기고 받으면 반환은 물론 추가징수와 형사처벌까지 따를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방송과 온라인에서 주기적으로 논란이 된다. 2023년에는 한 공청회에서 "여자는 실업급여로 샤넬 사고 해외여행 간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제도만 떼어 보면 쟁점은 여행을 갔는지가 아니다.
실업급여, 정확히는 구직급여는 해외여행을 금지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도 이를 막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 기간에 일을 하거나 소득이 생기지 않는다면 여행 자체가 수급의 결격 사유는 아니다.
갈림길은 다른 데 있다. 수급 자격을 유지하려면 정해진 날에 '실업 상태'와 '구직활동'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해외에서는 막혀 있기 때문이다. 즉 여행 여부보다 실업인정일에 무엇을 했는지가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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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본 요건부터 짚자. 구직급여는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고용보험 피보험 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여러 직장의 기간은 합산된다. 원칙적으로 회사 사정 등으로 그만둔 비자발적 이직이어야 하지만,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처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스스로 그만둔 경우도 예외로 인정된다.
받기 시작한 뒤에도 조건이 따라붙는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고용센터가 지정한 실업인정일마다 입사지원이나 면접, 직업훈련 같은 활동을 증빙해야 그 회차의 급여가 나온다. 이 실업인정이 수급의 핵심 절차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외여행과 충돌이 생긴다. 실업인정일에 출석하거나 신청하지 않으면 그 회차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특히 1차와 4차 실업인정일에는 고용센터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도 해외에서는 어렵다. 해외 IP 주소로 접속한 신청은 차단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실업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해외 취업을 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려고 미리 승인을 받은 때로 사실상 한정된다. 단순 여행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일정이 겹친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실업인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고용센터를 방문해 인정일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이 변경은 수급기간 중 한 번만 가능하다.
정리하면 수급 중 여행은 다음을 지키는 선에서 가능하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대리 신청과 IP 우회는 그 자체로 불법이며 부정수급으로 처리된다.
출국 사실을 감추고 받은 급여는 환수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실업인정 기간과 해외 출입국 기록이 겹치는지를 대조해 부정수급을 가려낸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진행된 특별점검에서는 부정수급자 606명이 적발됐고, 추가징수를 포함한 반환명령 규모가 23억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해외 체류 기간과 겹친 사례만 240명, 5억1천만원이었다.
제재는 환수에 그치지 않는다. 받은 금액을 모두 반환하는 것은 물론, 고의성에 따라 부정수급액의 최대 5배가 추가로 징수될 수 있다. 중대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수급 중 해외여행에서 지켜야 할 선은 단순하다. 여행은 자유지만 실업인정일만큼은 국내에서 정직하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