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남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반려견 벨의 1주기를 맞아 피규어를 만들고 촛불과 글로 추모했다. 12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그의 애도는 펫로스를 겪는 많은 사람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 추억이 담긴 물건과 추모 의식, 감정을 나눌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상실의 시간을 지나는 데 도움이 된다.
배정남에게 반려견 벨은 가족이었다. 2013년부터 12년 가까이 함께한 벨을 그는 늘 '딸내미'라고 불렀다. 벨은 2022년 급성 목디스크로 전신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1년 7개월에 걸친 재활 끝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사연을 가진 반려견이기도 하다.
전신마비를 딛고 다시 걷게 된 과정은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포기하지 않고 재활을 이어간 보호자의 모습과 이를 견뎌낸 반려견의 회복이 겹치면서, 벨은 배정남에게 단순한 반려견 이상의 의미가 됐다.
그렇게 회복해 곁을 지키던 벨은 2025년 9월 세상을 떠났다. 오랜 병수발과 재활을 함께 견딘 뒤 맞은 이별이었던 만큼, 배정남이 이후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사실도 알려졌다. 애써 되찾은 시간이었기에 상실의 무게가 더 컸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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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7일, 배정남은 자신의 SNS에 벨의 1주기를 알렸다. 눈에 띈 건 벨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피규어였다. 그는 벨을 닮은 미니어처를 직접 제작해 품에 안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추모의 자리에는 촛불도 놓였다. 촛불에는 "벨 1주기, 우리딸 너무 고맙고 사랑해. 아빠가", "동생들 잘 지켜줘"라는 손글씨 메시지가 적혔다. 여기에 벨의 생전 사진 여러 장과 함께 "어느덧 벌써 1주기, 시간 참 빨리 간데이", "너무 보고 싶네"라는 글을 남겼다.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 벨을 기억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형상을 만들어 곁에 두고, 편지를 적고, 함께한 사진을 정리하는 일. 화려하지 않지만 떠난 존재를 오래 붙잡아 두려는 애도의 모습이었다.
배정남의 추모가 많은 이의 공감을 부른 데는 이유가 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펫로스 증후군은 극심한 슬픔과 우울, 죄책감을 동반하는 애도 반응이다. 무기력이나 수면 문제, 집중력 저하로 일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슬픔은 보통 2~3개월이면 조금씩 옅어지지만, 1년 넘게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펫로스가 1년 이상 지속된 사람이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 슬픔이 오래갈 경우 복합 비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슬픔은 주위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인데 그 정도까지"라는 시선 앞에서 감정을 숨기다 회복이 더뎌지기도 한다. 공인이 반려견을 향한 애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슬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 감정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배정남의 사례처럼, 상실을 지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추모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떠난 존재를 기억할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일이다. 배정남이 만든 작은 피규어 하나가 오래 회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