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대면 진료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고 매니저가 대신 받게 한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문제의 핵심은 약물 자체가 아니라 의사가 직접 진찰한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절차를 어긴 데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되며, 이는 마약 투약 유죄와 성격이 달라 활동을 직접 막는 법적 결격 사유로 보긴 어렵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명령이 내려진 날짜는 9월 15일, 죄명은 의료법 위반이다.
혐의 내용은 이렇다. 싸이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면 진료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았고, 이 약을 본인이 아닌 매니저 등 제3자가 대신 수령하게 했다. 처방받은 약은 항불안제인 자낙스와 수면제 성분의 스틸녹스로 알려졌다.
주의할 점은 이 사건이 '마약 투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약을 불법으로 사거나 오남용한 혐의가 아니라, 정식 처방 약을 받는 '절차'가 법을 어겼다는 게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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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두 가지다. 의료법은 의사가 원칙적으로 환자를 직접 진찰한 뒤에만 처방전을 작성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직접 진찰받은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처방전을 내줄 수 없다.
싸이의 경우 대면 진료 없이 반복해서 약을 처방받았고, 약도 본인이 아닌 매니저가 받아 갔다. 두 대목 모두 '의사가 직접 본 환자에게, 그 환자에게 처방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난다. 향정신성의약품이 오남용 위험 때문에 일반 약보다 관리가 엄격하다는 점도 사안을 무겁게 만든 배경이다.
비대면 진료 자체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한시적으로 허용됐고 이후에도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대상 질환과 요건이 정해져 있어, 누구나 원하는 약을 대면 없이 계속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그 테두리를 벗어난 반복 처방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은 싸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 5월 싸이와 매니저, 의료진 등 6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서부지검은 7월 싸이와 처방을 내준 대학병원 의사를 약식기소했다. 반면 매니저 등 나머지 4명은 기소유예로 처분했다. 약을 실제로 처방받은 당사자와 처방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지시에 따라 약을 대신 받아온 매니저는 재판까지 가지 않고 마무리됐다. 위반의 출발점이 처방을 주고받은 두 사람에게 있다고 본 셈이다.
약식명령은 정식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간이 절차다. 사안이 비교적 가볍고 사실관계가 분명할 때 쓰인다. 싸이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법정에서 다시 다투게 되지만, 청구하지 않으면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된다. 현재까지 싸이 측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상태다.
활동 측면에서 보면, 이번 건은 마약 투약 유죄와는 성격이 다르다.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투약했다는 것이 아니라 처방·수령 절차를 어긴 의료법 위반이고, 형량도 벌금형에 그쳤다. 이 조건이라면 방송 출연이나 공연을 법적으로 막는 결격 사유로 보긴 어렵다. 다만 형사처벌이 확정된 사실 자체는 남고, 향후 이미지나 광고 계약 같은 부분은 법이 아니라 대중과 업계의 판단에 달려 있다. 법적 결론과 여론의 반응은 구분해서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