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개봉 두 달 만에 1000만 관객을 넘기며 놀란의 국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이 작품으로 놀란을 처음 접한 관객이 늘면서 어떤 전작부터 봐야 할지가 흔한 고민이 됐다. 작품을 난이도와 장르로 나누면 오디세이 전에 꼭 볼 것과 건너뛰어도 될 것을 가를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디세이'가 2026년 8월 5일 개봉한 뒤 두 달여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넘겼다. 개봉 33일 만의 돌파로, 인터스텔라에 이은 놀란의 두 번째 천만 영화다. 이후 '아바타: 물의 길'의 국내 관객 수까지 제치며 놀란의 국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이 작품으로 놀란을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전작이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문제는 놀란 영화의 난이도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아무 작품이나 골랐다가는 두 번째 영화에서 흥미를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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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작품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바로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다크 나이트(2008), 인터스텔라(2014), 배트맨 비긴즈(2005)가 여기 속한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고 감정선이 분명해, 놀란 특유의 규모감을 부담 없이 느낄 수 있다. 특히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 영화의 틀을 넘어선 작품으로 꾸준히 꼽혀 온 만큼, 첫 선택으로 무난하다.
둘째,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셉션(2010), 프레스티지(2006)가 그렇다. 구조가 복잡하지만 한 번에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고, 놀란이 즐기는 '구조를 가지고 노는' 재미를 처음 맛보기에 적당하다.
셋째, 작정하고 봐야 하는 작품이다. 메멘토(2000), 테넷(2020)이다. 메멘토는 이야기가 역순으로 진행되고, 테넷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설정이라 처음 보면 길을 잃기 쉽다. 입문자의 첫 영화로는 권하지 않는다.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모험담이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시간 구조가 복잡한 전작들보다 줄거리 자체는 따라가기 쉬운 편이다. 그래서 '예습'의 목적은 줄거리 이해가 아니라 놀란의 연출 문법에 익숙해지는 데 있다.
이 기준이라면 먼저 볼 작품은 분명하다. 다크 나이트로 놀란의 연출력과 긴장감을, 인터스텔라로 그가 큰 주제를 다루는 방식과 아이맥스 스케일을 미리 겪어 두면 오디세이의 화면이 더 크게 다가온다. 두 편 모두 감정선이 또렷해 입문용으로도 좋다.
반대로 오디세이를 보기 위해 꼭 먼저 볼 필요는 없는 작품도 있다. 테넷과 메멘토는 완성도와 별개로 오디세이와 결이 달라, 입문 단계에서 굳이 끼워 넣을 이유가 없다. 오펜하이머(2023)나 덩케르크(2017)도 훌륭하지만 역사·전쟁 소재라 오디세이와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 놀란에 빠진 뒤 천천히 봐도 늦지 않다.
두 편만 고른다면 다크 나이트와 인터스텔라다. 앞의 영화는 놀란의 연출이 어디까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지, 뒤의 영화는 그 긴장감이 어떻게 감정과 스케일로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이 두 편을 거쳐 오디세이로 넘어가면, 놀란이 반복해 온 주제와 연출 습관이 눈에 들어온다.
한 편만 봐야 한다면 다크 나이트를 권한다. 놀란의 대중성과 작품성이 가장 균형 있게 만난 작품이고, 러닝타임 내내 별다른 설명 없이도 몰입할 수 있어 입문 실패 확률이 가장 낮다. 여기서 재미를 느꼈다면 나머지는 순서와 상관없이 따라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