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일본 테레비아사히의 인기작을 리메이크했지만 배경을 2026년 한국 의료 현실로 옮기고 누아르와 사회적 소재를 더했다. 원작의 '프리랜서 천재 외과의' 뼈대는 남았으나, 1화 완결 통쾌극이던 원작과 달리 6화에서 5·18을 다루며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원작의 가벼운 쾌감을 기대하는지, 사회적 소재를 품은 각색을 반기는지에 따라 시청 여부가 갈린다.
일본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는 2012년 테레비아사히에서 시작해 시즌7까지 이어진 의료 드라마다. 2024년 12월에는 극장판 완결편까지 나왔다. 주인공 다이몬 미치코(요네쿠라 료코)는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외과의다. 소개소를 통해 병원을 옮겨 다니고, 그때마다 바뀌는 무대에서 의료진의 권력 다툼과 사연 있는 환자를 만난다. 에피소드는 대체로 1화 완결이고, "저는 실패하지 않으니까요"라는 대사가 시리즈를 상징했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쾌감도 분명하다. 실력 하나로 교수와 병원장의 위선을 깨고, 한 회 안에서 환자를 살린 뒤 떠난다. 정치나 사회 문제보다 개인의 능력과 통쾌함에 초점을 둔 오락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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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10월 9일 첫 방송했다. '프리랜서 천재 외과의가 소개소를 통해 병원에 들어가 위계를 뒤엎는다'는 뼈대는 그대로다. 주인공 계수정(김지원)이 다이몬의 자리를, 소개소 소장 장희숙(이정은)이 원작의 스승 격 인물을 맡는다.
달라진 건 무대와 색깔이다. 배경을 2026년 한국 의료계로 옮기면서 코로나19 이후라는 시점, 수술실 CCTV,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 파업 같은 현실 쟁점을 끌어들였다. 병원 의사 집단을 '하얀 마피아'로 부르며 누아르 장르를 입힌 것도 원작에 없던 설정이다. 밝은 오락극이던 원작과 달리 어둡고 묵직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방향 전환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건 10월 24일 방송된 6화다. 계수정 일행이 광주로 내려가 5·18 피해자 오상범(하성광)에게 수술을 권한다. 오상범은 5·18 당시 헬기 사격으로 형을 잃고 머리에 총알 파편이 박힌 채 40여 년을 살아온 인물로 그려진다. 같은 병원에 전직 대통령 지두석이 헬기로 이송되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치는 장면도 나온다.
방송 직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방영 중단 청원이 올라왔고, SNS에는 시청 불매 포스터가 등장했다. 청원 측은 원작이 의사 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췄는데 한국판이 정치적 소재를 끼워 넣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메이크 과정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소재라고 봤다. SBS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이옥규 스튜디오S CP는 인스타그램에 "no fear"라는 글을 올렸다. 논란과 별개로 6화 전국 시청률은 19.5%(닐슨코리아 기준)로 집계됐다.
결국 취향에 따라 갈린다. 원작의 매력이 '1화 완결 통쾌극'과 가벼운 쾌감이었다면, 한국판은 그 결을 상당히 바꿨기 때문이다. 다음 정도로 가늠해볼 수 있다.
김지원의 연기 변신과 이정은과의 호흡, 19%를 넘긴 화제성은 분명한 관전 포인트다. 다만 원작의 가벼움을 그대로 기대하고 켠다면 다른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원작 팬인지, 사회적 각색을 반기는 시청자인지가 선택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