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공식 행사 취소와 별점 테러 속에서도 누적 관객 180만 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실관람 평점 8.3점과 미관람 네티즌 평점 2.2점의 격차가 보여주듯, 논란 자체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관심으로 전환된 결과다. 관람을 고민한다면 실관람 평점과 미관람 평점,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가설, 고발과 판결을 분리해 보는 것이 판단 기준이 된다.

영화 '암살자(들)'은 보이콧과 흥행이 동시에 벌어지는 드문 상황에 놓여 있다. 추석 연휴였던 9월 24~27일 나흘간 140만 명 넘게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각종 논란이 번진 뒤에도 10월 1일 하루 만에 1위를 되찾으며 누적 관객 180만 명을 넘겼다.
그사이 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험악했다. 주연 배우를 겨냥한 위협과 집회가 벌어지자 제작사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비롯한 공식 행사를 취소했고, 일부 유튜브 리뷰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보려는 관객과 막으려는 움직임이 같은 작품을 두고 맞선 셈이다.

Diana ✨
논란의 뿌리는 소재에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루면서, 저격범의 단독 범행이라는 당시 공식 발표와 달리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극 중 인물의 입을 빌려 제기한다.
비판하는 쪽은 이를 사실적 근거가 약한 음모론이자 역사 왜곡으로 본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다만 이는 아직 수사가 시작되는 '혐의' 단계이지, 법적으로 왜곡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흥행이 유지되는 가장 큰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논란 그 자체다. "말이 많으니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심리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여러 매체의 기사 제목에 '직접 보자'는 표현이 반복해 등장한 것이 이 분위기를 보여준다.
평점 양극화도 호기심을 키웠다. 실제 관람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8.3점인데, 보지 않고도 매길 수 있는 네티즌 평점은 2.2점에 그쳤다. 이 큰 격차는 '별점 테러'로 지목됐고 매크로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는데, 평점이 믿기 어려워질수록 "그럼 실제론 어떤데?"라는 반작용이 생긴다.
사실 논란이 관심으로 바뀌는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박정희 시해를 다룬 '그때 그 사람들'도 유족의 상영금지 가처분으로 일부 장면이 삭제된 채 개봉했지만, 그 소동이 오히려 화제성을 키웠다. 민감한 현대사를 건드린 영화일수록 논란과 관심은 붙어 다닌다.
결국 관람 여부는 각자의 몫이다. 판단을 흐리지 않으려면 몇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게 도움이 된다.
논란이 큰 영화일수록 남의 평점보다 내 기준이 중요하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해석인지 먼저 선을 그어두면, 보든 안 보든 휩쓸리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