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가 연기하는 양준호 대리는 공은태(이준혁)보다 입사는 빠르지만 직급은 낮은 애매한 위치의 인물로, 초반 갈등의 축이다. 이 설정이 나이·연차와 직급이 어긋난 현실 조직의 긴장을 그대로 옮겨 "연기가 리얼해서 짜증난다"는 반응까지 불렀다. 통쾌한 응징보다 밉던 선배와 애매하게 화해하는 과정의 디테일을 즐기는 취향이라면 볼만하다.

tvN 월화극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영업 5팀 팀장 공은태(이준혁)가 로또 1등 13억에 당첨되고도 사표를 내는 대신 계속 출근한다. 당첨금이 삶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돈이 생겨도 벗어나지 못하는 회사라는 공간을 들여다보는 쪽에 가깝다.
그 공간을 현실처럼 만드는 인물이 서현우가 연기하는 영업 5팀 대리 양준호다. 주인공의 상대역이면서, 많은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얼굴이다.
이 드라마는 서인하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고, 윤영빈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함께 맡았다. 판타지 같은 당첨 설정을 두고도 이야기를 사무실 안에 붙잡아 두는 선택이, 양준호 같은 조연의 현실감이 살아나는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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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핵심은 위치의 어긋남이다. 그는 공은태보다 입사가 빠른 선배지만 직급은 대리로, 팀장이 된 후배 밑에서 일한다. 나이와 연차는 위인데 직책은 아래인, 조직에서 드물지 않은 자리다.
이 어긋남은 흔한 긴장을 만든다. 초반의 양준호는 팀장 공은태를 대놓고 무시하고 팀원들을 쥐고 흔들며 갈등의 축이 된다. 악역이라기보다, 자기 자리에 대한 불만을 비딱한 태도로 푸는 선배에 가깝다. 승진에서 밀린 사람의 심통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이 캐릭터의 출발이다.
이 캐릭터를 두고 나온 시청자 반응이 흥미롭다.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짜증이 난다"는 말이었다. 보통 악역을 향한 불평처럼 들리지만, 직장 코미디에서는 칭찬에 가깝다. 밉상인데 어디서 본 듯해 미워하기 애매한 지점을 만들어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현우의 연기는 과장된 빌런 연기와 거리가 있다. 큰 사건으로 악을 쓰기보다 회의 자리의 말투, 후배를 대하는 미묘한 태도 같은 생활의 결로 인물을 쌓는다. 그래서 통쾌한 응징의 대상이 아니라, 같이 일하기 불편한 사람이라는 현실감이 남는다.
양준호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은 주로 공은태의 내면과 맞물린다. 2화에서 공은태는 상사 앞에 사직서를 던지는 상상을 하고, 반차를 내고 당첨금을 수령하러 간 은행에서 또 다른 1등 당첨자를 만난다. 참으며 버티던 사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 구간에서, 양준호는 공은태가 넘어야 할 회사라는 벽의 얼굴 역할을 한다.
양준호가 끝까지 적으로 남는다면 평범한 사내 빌런에 그쳤을 것이다. 변화는 3회 이후다. 달라진 공은태가 화해를 청하자 양준호는 적대자에서 조력자로 넘어가고, 인기 없는 브랜드 '라크네스'를 함께 키우는 임무에 합류한다.
이 전환이 급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조력 방식에 있다. 양준호는 갑자기 충신이 되어 편을 들지 않는다. "미팅 때 참고하시라"는 식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은근히 힘을 보탠다. 사이가 나빴던 선배가 어느 순간 조용히 도와주는, 조직에서 실제로 겪을 법한 관계의 온도다. 서현우가 선과 악,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며 극의 중심을 지탱한다는 평가는 이 결을 가리킨다.
서현우는 팀 호흡을 두고 추석 명절에 가족이 모인 느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적대와 화해를 오가는 관계가 억지스럽지 않게 보이는 데에는,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한 팀이라는 배우들 사이의 공기도 한몫한 셈이다.
정리하면 선택 기준은 이렇다. 사이다식 복수나 선악이 분명한 전개를 기대한다면 이 드라마의 미지근한 현실감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내 회사에도 저런 사람 있다' 싶은 공감과, 밉던 사람과 애매하게 화해하는 과정의 디테일을 즐기는 쪽이라면 잘 맞는다.
시청률도 참고가 된다. 1회는 전국 가구 기준 3.9%로 출발해 2회에 전국 유료가구 기준 최고 5.2%까지 올랐다(닐슨코리아). 폭발적이진 않아도 입소문으로 오르는 흐름이라, 요란한 화제작보다 꾸준히 보는 직장 코미디를 찾는다면 후보로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