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김자연의 결혼 상대로 이름이 알려진 손영권은 삼성전자 첫 외국적 사장급 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인텔과 실리콘밸리 반도체 기업들을 거친 그는 2016년 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하만 인수를 직접 주도했다. 그를 볼 때는 엇갈리는 직함보다 삼성의 전략·M&A를 이끈 역할을 기준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손영권이라는 이름이 하루아침에 포털 검색어에 올랐다. 2003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 출신인 45세 김자연이 11월 3일 자신의 SNS에 웨딩 화보를 올리며 25세 연상인 그와의 결혼을 알리면서다. 예식은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의 뷔르겐슈톡 호텔에서 가족들만 모인 채 조용히 치러졌다.
나이 차가 먼저 화제가 됐지만, 정작 손영권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반도체와 실리콘밸리에서 수십 년을 보낸 전문경영인이고, 삼성전자에서는 한국 국적이 아닌 인물로는 처음 사장급 자리에 오른 전략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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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권의 이력서는 기술 기업으로 빼곡하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그는 인텔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인텔 시절 PC 칩셋 사업을 세우고 삼성과의 첫 합작법인 설립에 관여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이때 맺은 삼성과의 인연이 훗날 다시 이어진 셈이다.
이후 그는 스토리지 업체 퀀텀의 스토리지그룹 사장, 반도체 회사 애질런트 세미컨덕터 사장을 거쳤다. 디지털 미디어 반도체 기업 오크 테크놀로지에서는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맡았고, 통신 반도체 회사 인파이의 CEO로서 2010년 기업공개를 이끌었다. 한 회사를 키워 상장시키거나 매각하는 과정을 여러 번 지휘한, 전형적인 실리콘밸리형 경영자다.
손영권이 삼성전자에 합류한 것은 2012년이다. 직함은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였다. 당시 이 인사는 삼성전자가 한국 국적이 아닌 인물을 사장급으로 앉힌 첫 사례로 기록됐다. 글로벌 기업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세워 초대 수장을 맡았다. 이곳은 삼성이 외부 유망 기술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고,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같은 투자 프로그램도 여기서 출발했다. 제품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삼성이 다음에 무엇에 투자할지를 그리는 쪽에 가까웠다.
손영권의 이름이 가장 크게 각인된 사건은 하만 인수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을 약 80억 달러, 우리 돈 약 9조3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이듬해 3월 절차를 마무리했다. 삼성 역사상 손꼽히는 대형 해외 인수였다.
이 거래의 설계와 협상을 이끈 인물이 손영권이다. 그는 인수 뒤 하만 이사회 의장을 맡아 통합 과정을 챙겼다. 삼성이 스마트폰·메모리 이후의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 전장 사업을 지목하면서, 그 교두보를 사들인 거래의 중심에 그가 있었던 셈이다.
손영권은 2021년 전후로 삼성전자 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하만 이사회 의장과 삼성 반도체 자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매체마다 그를 전 사장, 고문, CSO 등으로 다르게 부르는 이유는 그가 한 조직에서 한 가지 직함만 달고 일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인물을 볼 때는 직함을 외우기보다 역할을 기억하는 편이 낫다. 핵심은 두 가지다. 삼성이 바깥에서 데려온 전략·투자 전문가였다는 점, 그리고 9조 원대 M&A를 직접 주도한 딜 메이커였다는 점이다. 결혼 소식으로 처음 이름을 접했더라도, 손영권이라는 이름 뒤에 있는 건 수십 년간 기술 기업을 사고팔며 성장시킨 경영 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