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tvN 오피스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양준호 대리로 눈길을 끈 서현우는 2010년 데뷔해 17년 차에 접어든 배우다. 그는 '악의 꽃'의 첫 주연 이후 '헤어질 결심', '아다마스', '열혈사제2', '아너'를 거치며 변신과 악역으로 존재감을 쌓아 왔고, 양대리의 평범함은 그 축적 위에 놓인 변화다. 강렬한 연기를 보고 싶다면 '아너'나 '헤어질 결심'을, 서사의 중심에 선 서현우를 보고 싶다면 '악의 꽃'을 고르면 된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영업 5팀 양준호 대리를 보고 "저 배우 어디서 봤더라" 싶었다면, 서현우라는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하다. 이 작품은 로또 1등에 당첨된 팀장 공은태(이준혁)가 달라진 마음으로 출근하는 K직장인 오피스 드라마로, 티빙에서 9월 10일 선공개된 뒤 tvN에서 방영 중이다. 서현우가 맡은 양준호는 공은태보다 선배지만 직급은 아래인 대리다.
평범한 회사원 역이라 낯익은 듯 새롭다면 그럴 만하다. 그가 그동안 맡아 온 인물들은 양대리와 결이 꽤 달랐기 때문이다.

Caleb Oquendo
서현우는 1983년생으로,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했다. 이후 '파스타', '청담동 살아요', '송곳' 같은 작품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오랜 무명에 가까운 시기를 지나 이름을 각인시킨 건 2020년 tvN '악의 꽃'이었다.
여기서 그는 특종을 좇는 기자 김무진을 연기했는데, 데뷔 10년 만에 처음 맡은 드라마 주연이었다. 이준기와 호흡을 맞추며 보여준 밀도 있는 연기는 그를 '믿고 보는 조연'에서 한발 더 나아가게 했다.
이후 서현우의 필모그래피는 강렬한 캐릭터로 채워진다.
2022년은 전환점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그는 서래(탕웨이)와 재혼한 중국인 사철성을 연기하며 역할을 위해 24kg을 찌웠다. 같은 해 tvN '아다마스'에서는 해송그룹 후계자 권현조라는 냉정한 권력자를 맡았다. 몸을 바꾸는 변신과 서늘한 재벌, 두 얼굴을 한 해에 보여준 셈이다.
악역에서 특히 돋보였다. '열혈사제2'에서는 마약 조직을 이용하려는 비리 검사 남두헌으로 능청과 섬뜩함을 오갔고, 2026년 ENA '아너: 그녀들의 법정'에서는 과거를 숨긴 채 신분을 세탁한 엘리트 검사 빌런 박제열을 연기했다. 같은 해 '클라이맥스'에는 거물 영화제작자 오광재로 특별출연해 짧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사이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상, 2023년 디렉터스컷 어워즈 신인상 격 트로피도 받았다.
이런 궤적을 알고 나면 양대리가 왜 흥미로운지 보인다. 달라진 건 온도다. 권력자나 빌런처럼 화면을 장악하는 인물 대신, 서현우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직장 선배를 맡았다. 과장된 악의 대신 생활의 결을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어지는 것도 분명하다. 조연 시절부터 다져 온 디테일, 인물의 속내를 표정 하나로 눌러 담는 방식은 양대리에서도 그대로다. 악역을 설득력 있게 만들던 그 세심함이, 평범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그래서 다음에 무엇을 볼지는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양대리에서 느낀 생활 연기의 결이 좋았다면 '악의 꽃'의 김무진이 자연스러운 다음 선택이다. 반대로 그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악역의 정석을 보여준 '아너'나, 몸까지 바꾼 '헤어질 결심'으로 건너가는 편이 낫다. 한 배우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인물들을 오갔다는 사실 자체가, 양대리를 더 눈여겨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