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소속사는 증조부 친일 의혹을 '사실무근'이라 한 지 하루 만인 8월 11일 오후, 대정친목회 평의원 기록을 확인했다며 사과로 입장을 뒤집었다. 삼성전자는 '삼성 아트 TV' 광고 중 하영 출연분 6편을, 넷플릭스는 홍보 웹예능 2편과 인터뷰 일정을 비공개·취소로 돌렸다. 소속사의 공식 사과보다 기업의 광고 손절이 더 빨랐던, 광고 모델 리스크 대응의 속도전을 보여준 사례다.

배우 하영을 둘러싼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은 입장이 뒤집히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8월 11일 오전만 해도 온라인에 퍼진 의혹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사실무근'이라는 기존 해명을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소속사는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한다"고 밝혔다. 대정친목회는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다. 하루 사이에 부정에서 인정으로 돌아선 셈이다. 앞서 소속사는 10일 무렵 '증조부가 안상호인 것은 맞지만 친일 행적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 해명이 하루 만에 무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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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이었다. 하영은 이 자리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양의학을 배워 한양에 개원한 첫 의사였고 고종을 진료했다고 소개했다. 방송이 나간 뒤 그가 언급한 증조부가 친일 의혹을 받는 안상호라는 지적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자랑스럽게 꺼낸 가족사가 오히려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이다. 방송에서 나온 자기소개가 며칠 만에 광고 퇴출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소속사가 뒤늦게 사과하면서도 사과문에 '안상호 선생'이라는 존칭을 써 또 다른 비판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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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광고주와 플랫폼의 대응 속도다. 소속사가 오후 들어서야 사과한 것과 달리, 기업들은 그 전후로 이미 하영의 노출을 지우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던 '삼성 아트 TV' 광고 가운데 하영이 출연한 6편을 비공개로 돌렸다. 같은 제품군의 다른 영상은 그대로 두고 하영 출연분만 골라 내린 것이다. 의류 브랜드 아티드를 운영하는 이스트엔드의 광고 영상도 비공개로 바뀌었다. 넷플릭스 쪽은 더 빨랐다. 홍보 웹예능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의 '이런 엿같은 사랑' 2편이 공개 예정일이던 10일에 올라오지 않았고, 14일로 잡혀 있던 라운드 인터뷰도 결국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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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례는 광고 모델 리스크가 터졌을 때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소속사의 공식 입장이 정리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여론이 악화되는 조짐이 보이면 먼저 영상을 내려 브랜드와의 연결을 끊는 방식이다. 계약 해지 같은 공식 절차는 시간이 걸리지만, 유튜브 영상 비공개나 콘텐츠 공개 보류는 클릭 몇 번으로 즉시 가능하다. 논란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이라도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기업의 판단이 개인의 해명보다 앞서는 장면이었다. 소비자 여론이 실시간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반영되는 환경에서, 모델 한 명의 논란이 곧바로 제품 광고에 대한 반감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영 사례는 앞으로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대응 공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