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이 예능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소개한 증조부 안상호가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소속사는 처음 '사실무근'이라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광고 영상 비공개와 방송분 삭제가 이어졌다. 파장은 함께 작품을 준비하던 정해인의 인터뷰 취소로까지 번졌다.
배우 하영을 둘러싼 친일 논란은 한 예능 방송에서 비롯됐다. 하영은 지난 7월 7일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언니까지 이어지는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증조할아버지가 일본 유학을 다녀와 한양에 최초로 서양식 병원을 열었고 고종 황제까지 진료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방송 당시엔 훈훈한 가족사로 소개됐지만,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 증조부가 누구인지 추적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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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지목한 인물은 구한말·일제강점기의 의사 안상호였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도쿄에서 의학 교육을 이수하고 조선인 최초로 일본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1904년 귀국해 종로에 진료소를 열었고, 순종의 시의(侍醫)를 지내며 1919년 고종을 진료한 기록이 남아 있는 실존 인물이다. 문제는 그의 다른 이력이었다. 안상호가 1916년 조직된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있고, 이완용을 치료한 의사 중 한 명이었다는 점, 일본인 아내를 맞으며 남긴 발언 등이 함께 알려지면서 '친일 후손' 논란으로 번졌다. 대정친목회는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친일 단체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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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초기 하영의 소속사는 친일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커지자 소속사는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소속사는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인정하며,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에 퍼진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는 입장을 함께 전했고, 배우 본인은 "마음이 매우 무거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과 이후에도 여파는 빠르게 확산됐다. 하영이 출연한 의류 브랜드 아티드의 광고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됐고, 삼성전자 공식 채널에 올라 있던 '삼성 아트 TV' 관련 영상도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출발점이 된 '옥탑방의 문제아들' 해당 회차는 다시보기가 중단됐고, 넷플릭스 홍보 콘텐츠 일부도 공개가 취소되는 등 이미 노출된 콘텐츠까지 정리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파장은 하영 개인을 넘어 함께 작품을 준비하던 동료에게까지 미쳤다. 하영은 예정돼 있던 홍보 인터뷰를 취소했고,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측이 8월 14일로 잡혀 있던 정해인의 인터뷰까지 취소한다고 알렸다. 인터뷰 취소 사유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하영 논란에 따른 불똥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하영이 촬영을 이어가던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제작진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고, 가을 촬영을 앞둔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시즌2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예능 속 가족 자랑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방송분 삭제와 광고 정리를 거쳐 진행 중인 작품과 동료의 일정까지 흔드는 사안으로 커진 셈이다. 이번 논란은 유명인이 조상의 이력을 공개적으로 내세울 때 그 이력에 대한 사실 검증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다시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