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가 KBS 성시경의 고막남친에서 무한도전 시절을 두고 천재들 사이에서 어중간했다고 고백했다. 예능인으로 소비돼 온 그가 음악 프로그램에서 김장훈과 듀엣 무대를 꾸미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놀면 뭐하니와 치지직까지 활동을 넓힌 지금, 이 발언을 자기 자리를 다시 찾는 신호로 볼지 판단해 볼 만하다.
하하가 무한도전 시절을 두고 "천재들 사이에서 어중간한 내가 싫었다"고 말했다. 8월 14일 밤 KBS2 '더 시즌즈-성시경의 고막남친'에 나와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을 언급하면서 나온 말이다.
무한도전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하하는 웃음을 담당하던 인물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 안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재능이 확실한 멤버들 사이에서 자기 몫이 뚜렷하지 않다는 감정, 흔히 자격지심이라 부르는 그 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 고백이 나온 자리다. 예능 토크쇼가 아니라 성시경이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하하는 예능인으로 굳어지기 전에 가수로 먼저 출발한 인물이다. 그가 무대 위에서, 그것도 노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지난 열등감을 꺼냈다는 점이 발언에 결을 더한다.
3040 시청자에게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주 웃기던 사람이 사실은 그 안에서 자기 자리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뒤늦은 고백이기 때문이다. 화면 밖의 감정을 몇 년이 지나 다른 무대에서 듣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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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는 하하와 함께 김장훈, 김종국, 정은지가 게스트로 나왔다. 하하는 김장훈의 곡 '노래만 불렀지'를 리메이크했고, 이날 원곡자인 김장훈과 듀엣 무대를 꾸몄다.
두 사람의 조합은 즉흥이 아니다. 하하와 김장훈은 앞서 6월 13일 '노래만 불렀지' 공연을 함께 진행한 바 있다. 리메이크 작업과 공연이 먼저 있었고, 이번 방송 무대가 그 흐름의 연장선에 놓인다.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라 몇 달째 이어 온 협업의 한 장면이라는 뜻이다.
조합 자체도 이야깃거리다. 김장훈은 성량으로 이름난 발라드 가수이고, 하하는 예능과 레게 음악을 오가며 커온 인물이다. 색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곡을 나눠 부르는 그림이 이날 무대의 관전 포인트였다.
무대에는 장치 하나가 더해졌다. KBS가 자체 개발한 AI 포털 시스템 '카이로스(KAIROS)'로 두 사람의 과거 모습이 즉석에서 공개됐다. 세월을 나란히 보여주는 연출이 "어중간했다"던 하하의 회고와 겹치며, 발언과 무대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장면으로 묶였다.
무한도전은 2005년 시작해 2018년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멤버 각자의 길이 갈렸고, 하하의 활동 반경도 그만큼 넓어졌다.
지금 하하는 유재석, 허경환, 주우재와 함께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이끌던 유재석과의 호흡을 다른 예능에서 이어 가는 셈이다. 방송 밖에서는 2024년 4월부터 치지직에서 개인 채널을 열어 스트리머로도 활동한다. 지상파 예능, 인터넷 방송, 그리고 음악까지 세 갈래에 발을 걸쳐 둔 형태다.
이런 배경을 놓고 보면 이번 고막남친 출연은 단순한 게스트 출연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예능 캐릭터로 굳어졌던 하하가 음악 프로그램에서 원곡자와 듀엣을 하고, 같은 자리에서 예능 시절의 열등감까지 꺼내 놓았다. 활동을 예능 한쪽에 묶어 두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물론 발언 하나로 방향을 단정하긴 이르다. 리메이크 한 곡과 방송 한 회로 정체성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한도전을 함께 통과한 시청자라면, 웃기던 하하가 자기 재능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지켜볼 대목은 하나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