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닥터X가 5·18 소재를 그린 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방영 중단 요구가 올라왔다. 국민동의청원은 국회에 접수되는 제도일 뿐 민영 방송사의 편성을 강제로 멈출 법적 힘이 없고, 과거에 드라마가 실제로 멈춘 건 광고주 이탈 같은 상업적 판단 때문이었다. 닥터X가 멈출지는 청원 동의 수가 아니라 SBS의 공식 입장과 광고·협찬 변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서 드러난다.
SBS 금토드라마 '닥터X'가 10월 24일 6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치료 과정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가상 인물을 함께 그리자,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등록 하루 만에 공개 요건인 100명 동의를 넘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원 동의 수가 아무리 빨리 불어나도 그 숫자 자체가 방송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민영 방송사의 편성을 중단시키는 법적 장치가 청원에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드라마가 실제로 멈춘 이유는 늘 다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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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청원은 국회에 접수되는 제도다. 공개된 날로부터 30일 안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간다(국회법 제123조의2). 상임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고, 통과하면 정부로 이송돼 처리 결과를 보고받는다.
여기서 핵심은 이 절차 어디에도 특정 드라마의 편성을 멈추라고 방송사에 명령하는 단계가 없다는 점이다. 청원의 상대는 국회이지 SBS가 아니다. 5만 명을 채워 상임위에 올라가더라도 그것은 '논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이지, 방송 중단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심의 기관은 어떨까. 방송 내용을 다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후 심의 기관이다. 이미 나간 방송을 심의해 주의·경고·관계자 징계·과징금 같은 법정제재나 등급 조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 방송 전에 특정 회차를 막는 권한은 아니다.
제재 수위도 생각만큼 세지 않다. SBS '펜트하우스'는 등급 문제로 '주의'를 받았고, 자극적 묘사로 논란이 컸던 '황후의 품격'도 법정제재 네 차례에 그쳤다. 방심위 스스로 드라마 심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어 적극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실제로 방송이 멈춘 쪽과 끝까지 간 쪽을 비교하면 무엇이 운명을 갈랐는지 분명해진다.
| 사례 | 청원·여론 | 광고주 움직임 | 결과 |
|---|---|---|---|
| 조선구마사(2021) | 역사왜곡 논란 폭발 | 삼성전자·LG생활건강 등 줄철회 | 2회 만에 폐지 |
| 설강화(2021) | 중단 청원 수십만 명 | 일부 철회했으나 방영 지속 | 끝까지 방영 |
조선구마사는 2021년 3월, 방송 2회 만에 SBS가 방영권 계약을 해지하며 전격 폐지됐다. 삼성전자·LG생활건강·하이트진로 등 광고주가 줄줄이 빠지고 촬영지를 내준 지자체까지 협찬을 철회하자, 방송을 이어갈 상업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반대로 설강화는 중단 청원 동의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방심위 민원이 수백 건 쌓였는데도 끝까지 방영됐다. 방송사가 특별 편성으로 초반 회차를 몰아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여론의 크기가 아니라, 방송사가 계속 틀 이유가 남아 있느냐가 결정적이었다.
닥터X는 조선구마사와 조건이 다르다. 6회 시청률이 19.5%로 자체 최고를 찍으며 상승세이고, 제작 책임자가 SNS에 "두려움 없다"는 메시지를 올리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를 냈다. 시청률과 제작진의 태도만 보면 조선구마사보다 설강화 쪽에 가깝다.
다만 이건 현재까지의 조건일 뿐, 확정은 아니다. 앞으로 방향을 가늠하려면 청원 동의 수보다 다음 네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 SBS의 공식 입장이나 편성 관련 공지. 둘째, 광고·협찬사의 이탈 여부. 셋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민원 접수와 전체회의 의결 결과. 넷째, 청원이 5만 명을 넘겨 상임위에 회부되는지다. 방송의 운명은 청원 게시판보다 이 경로들에서 먼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