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보라가 9월 5일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13남매 장녀로 겪은 생활고를 회상했다. 유복하던 살림이 형제가 늘며 빠듯해져 수도·전기·가스가 한 번에 끊기고 물을 끓여 세수하던 시절까지 이어졌다는 구체적 일화가 나왔다. 사연을 원망보다 담담한 톤으로 풀어낸 점이, 여러 예능에서 이어온 그의 가족사 이야기와 맞닿는 지점이다.

배우 남보라가 9월 5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 나와 13남매 장녀로 자란 이야기를 풀어놨다. 핵심은 그의 집이 처음부터 어려웠던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남보라의 회상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무렵까지는 사립학교에 다니고 학습지와 학원도 하던 형편이었다. 변화는 형제가 늘면서 찾아왔다. 일곱째 동생이 태어날 즈음부터 살림이 빠듯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커서 보니까 (부모님이) 다 돈을 벌려고 나가신 거였다.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Zechen Li
가장 구체적으로 나온 대목은 공과금 이야기였다. 남보라는 "생활비를 열심히 벌어도 가족이 너무 많으니까 충당이 안 됐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요금이 밀리는 일이 반복됐다. 그는 "한 번에 수도·전기·가스가 다 끊긴 적이 있다"며 "밀리고 밀리면 끊긴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물을 데울 수 없어 어머니가 물을 끓인 뒤 찬물과 섞어 세수를 하고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어린 남보라는 그 상황을 결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스레인지가 있는데도 왜 휴대용으로 밥을 해 먹는지 몰랐다는 그의 말은, 당시엔 그게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과금이 끊기는 일이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반복되는 생활의 일부였다는 점에서, 이 회상은 단순한 에피소드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대가족이기 때문에 생긴 소소한 규칙들도 있었다. 남보라는 "집에 15명이 있다 보니 생일 때 케이크가 금지였다"고 했다. 열다섯 명분의 생일을 다 챙기기 어려웠던 사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대가족의 특징은 다른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다. KBS2 '편스토랑'에서는 집에 늘 누군가 있다 보니 도어락 잠금장치가 필요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함께 출연한 김재중이 공감하기도 했다. 동생이 어릴 때 친구 집 도어락을 어떻게 여는지 몰라 열어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함께 소개됐다.
형제가 계속 늘어나는 과정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앞서 방송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남보라는 열한 번째 동생이 태어났을 무렵 "이제 동생 보는 게 싫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답 없이 열두 번째 동생을 낳았다고 회상했다. 장녀로서 느낀 부담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생활고와 대가족의 풍경은 이렇게 그의 방송 단골 소재가 됐다.
주목할 점은 남보라가 이 사연을 비장하게 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릴 땐 불행하다는 개념이 없었다"며 "우리 집은 캠핑처럼 사나보다 했다"고 회상했다.
같은 경험이라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남보라가 이번에 꺼낸 이야기는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서 가족사를 나눴던 것과 이어지는, 이른바 'K장녀' 서사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유퀴즈에서 생활고와 가족사를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동치미에서의 회상이 앞선 출연들과 다른 점은 무게를 덜어낸 어조다. 힘들었던 시절을 원망이 아니라 담담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정리한 점, 그리고 결핍을 결핍으로 느끼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감각을 함께 전한 점이 이번 출연에서 특히 눈에 띈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