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13억에 당첨된 팀장이 사표 대신 출근을 택하는 오피스 드라마로, 티빙에서 9월 10일 선공개된 뒤 tvN에서 9월 14일 첫 방송한다. '당첨되면 퇴사'라는 흔한 판타지를 뒤집은 설정과, 다작 배우 이준혁의 완급 조절 연기가 관전 포인트다. 오피스 공감극을 좋아하는지, 한 방의 판타지를 기대하는지에 따라 첫 회 선택이 갈린다.
로또 1등이 걸린 직장인 이야기라면 보통 결말은 뻔하다.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난다. 이 드라마는 그 지점을 비튼다. 팀장 공은태는 13억 원에 당첨되고도 사직서 대신 당첨금을 품고 다시 출근한다. '돈이 생겼으니 떠난다'가 아니라 '돈이 생겼는데도 남는다'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남는 이유가 드라마의 동력이다. 당첨 전에는 위아래로 치이느라 보이지 않던 일과 사람이, 생계의 압박이 풀리자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는 설정이다. 서인하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고, 영화 '강릉'을 연출한 윤영빈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비틀기는 사소해 보여도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옮긴다. 보통의 직장 판타지가 '탈출'을 향해 달린다면, 이 작품은 '그럼에도 출근하는 사람'의 하루에 카메라를 둔다. 갈등의 무대가 회사 바깥이 아니라 영업5팀 안이라는 뜻이고, 사건보다 관계와 심리가 이야기를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Photo by Cht Gsml on Unsplash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건 이준혁의 연기 결이다. 2006년 데뷔해 50편이 넘는 작품을 거친 다작 배우인데, 이번엔 팍팍한 일상과 13억 당첨이라는 극적 상황 사이의 간극을 연기로 메워야 한다.
현실의 피로와 당첨이 준 해방감이 한 인물 안에서 충돌하는데, 이 낙차를 과장 없이 완급으로 조절하는 게 배역의 핵심이다. 감정이 급격히 튀면 판타지 코미디로, 너무 눌러 담으면 밋밋한 직장극으로 흐를 수 있는 자리다. 그 사이에서 리듬을 잡느냐가 이준혁을 보는 관전 포인트다.
곁에서 볼 만한 배우가 또 있다. 영업5팀 계약직 사원 이지혜 역의 하율리다. 신분이 불안정한 탓에 실수를 피하려 늘 긴장한 채 묵묵히 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흥미로운 건 하율리의 직전 행보다. 그는 MBC '유부녀 킬러'에서 독살 전문 킬러를 연기했다. 강렬한 킬러에서 조심스러운 계약직 사원으로 옮겨오는 낙차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같은 배우의 전작을 본 시청자라면 이 간극이 더 도드라지게 읽힌다. 이준혁·서현우·홍진기로 짜인 영업5팀 안에서 이 인물이 어떤 온도를 더하는지가 초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
공개 경로가 둘이라 선택지도 갈린다. 먼저 보고 싶다면 티빙에서 9월 10일 선공개된 회차를 지금 확인할 수 있고, 본방으로 챙겨 보려면 tvN에서 9월 14일 밤 9시부터 매주 월·화 방송된다.
취향 기준은 이렇게 정리된다. 과장된 판타지보다 현실 직장의 공감과 인물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맞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당첨 이후의 화끈한 사이다 전개나 속도감 있는 복수극을 기대한다면, '출근을 택한다'는 설정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첫 회에서 확인할 것은 하나로 좁혀진다. '돈이 생겼는데도 남는다'는 무리수 같은 전제를, 드라마가 얼마나 납득 가능한 감정으로 채워 넣느냐다. 이 동기가 설득되면 시리즈를 따라갈 이유가 생기고, 겉돌면 설정만 남는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한 방의 쾌감보다 '남은 사람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