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흥행 1위 영화 '암살자(들)'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로 권력기관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국민의힘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왜곡이라며 상영 중단과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제작진은 상상력을 더한 창작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영화가 제시하는 것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극적 가설임을 구분해야 하며, 논란 속에도 흥행은 박스오피스 1위로 이어지고 있다.

추석 극장가를 장악한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과 동시에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9월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추석 연휴 나흘 동안 140만여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누적 관객은 150만 명을 넘어섰다.
논란의 불씨는 흥행이 아니라 소재다. 영화가 다룬 사건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기 때문이다.

Sami TÜRK
먼저 실제 역사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국립극장에서,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단상 옆에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정부 발표는 북한과 연계된 인물의 범행이라는 것이었다.
영화는 여기에 다른 그림을 얹는다.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를 앞세워, 저격범의 단독 범행이라는 공식 설명 대신 공범과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따라간다. 중앙정보부나 당시 권력 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가설이 극 중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제기된다.
중요한 건 방식이다. 영화는 이를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암시'하는 쪽에 가깝다. 제작진도 "당시 기록과 남아 있는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사건을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지점은 그 '암시'의 방향이다. 사건의 배후를 북한이 아니라 당시 권력, 나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인 것처럼 그렸다는 비판이다.
실존 인물이 관련된 실제 사건을, 그것도 유족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음모론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 반발을 키웠다. 창작의 자유로 볼 것인지,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것인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비판은 주로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주진우 의원은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정권의 방조 아래 자행되는 노골적인 역사 왜곡"이라고 규정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제작사의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국정감사 증인 채택까지 검토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방송인 홍혜걸씨도 "유족도 살아 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고인을 모독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제작진은 정치적 의도를 부인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상상력을 더했을 뿐이니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 바라봐달라"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논쟁은 '역사 왜곡이냐, 표현의 자유냐'라는 오래된 구도로 넘어간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어디까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실존 인물과 유족의 명예는 어디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지의 문제다. 판단 기준을 세우자면, 관객으로서는 영화가 제시하는 것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극적 가설'이라는 점을 구분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논란과 흥행이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공방이 커지고 보수 성향 네티즌 사이에서 관람 거부 움직임이 나오는데도, 영화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논란이 오히려 관심을 키운 측면도 있다. 다만 법적 대응이 실제 가처분 신청이나 국감으로 이어질 경우 상영 자체가 변수를 맞을 수 있다. 당분간은 흥행 성적과 법적 공방이 나란히 진행되는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