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제작진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실존 인물과 사건을 다룬 극영화는 늘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사이에 서며, 법원은 악의적 왜곡인지 예술적 각색인지를 나눠 판단해왔다. 관객은 영화가 기록이라고 명시한 부분과 상상으로 재구성한 부분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경찰 고발로 번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9월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의 핵심은 제목의 괄호다. 고발인은 제목을 단수 '암살자'가 아니라 복수형 '암살자(들)'로 정한 것이 문세광 외에 또 다른 배후,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다. 당시 범인은 재일교포 문세광이었고, CIA 내부 문건을 비롯한 자료는 북한 공작원 배후설을 정설로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9월 23일 개봉해 28일까지 누적 163만 관객을 모았고,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청소년이 픽션과 사실을 섞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고발 측 우려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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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반론은 장르 규정에서 출발한다. 제작진은 입장문에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이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즉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라는 것, 그리고 배후를 단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방어의 두 축이다. 사실과 해석이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고발 측은 '암시'를 문제 삼고, 제작진은 '규정하지 않았다'고 맞선다. 같은 장면을 두고 관객이 무엇을 읽어내느냐에 판단이 걸린다.
이런 다툼은 처음이 아니다. 법원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에서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사이에 나름의 선을 그어왔다.
10·26 사건을 다룬 '그때 그사람들'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실제 다큐멘터리 장면 3곳을 삭제해야 상영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삽입된 실제 영상이 관객에게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을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창작 전체를 막은 게 아니라,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흐리는 장치를 문제 삼은 것이다.
반면 '실미도' 사건에서 대법원(2007다3483)은 더 넓게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다. 상업영화가 흥행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더라도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용인되며, 관객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관람한다고 봤다. 법원은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근거, 표현 방법, 피해 정도, 그리고 역사적 사실일수록 시간이 지나며 표현의 자유가 더 보호된다는 점을 종합해 판단한다. 사자명예훼손은 형법상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때 성립하므로, '악의적 허위'인지가 결국 갈림길이 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다만 관객이 스스로 기록과 상상을 갈라 볼 수는 있다.
영화는 사건을 기억하게 만들지만, 그 기억이 곧 기록은 아니다. 그 간격을 의식하고 보는 것이 실화 영화를 대하는 가장 안전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