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국내 광고·활동 손절로 이어진 데 이어, 일본 매체까지 이를 '현대판 연좌제'로 규정하며 보도에 나섰다. 일본 언론의 초점은 증조부의 행적보다 후손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방식에 맞춰져 국내 여론과 온도차가 크다. 광고 비공개와 8월 14일 예정 인터뷰 취소는 확정됐지만, 차기작 두 편의 편성은 아직 관망 단계여서 유동적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하영 본인의 방송 발언이었다. 그는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에서 4대째 이어진 의사 집안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증조부 안상호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열고 고종을 진료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그 증조부의 다른 기록이었다. 안상호는 친일 단체로 알려진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했고,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통해 내선일체를 홍보한 인물로 지목됐다. 매일신보에는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실렸다. 총독부가 이를 식민 통치 정당화에 활용했다는 점이 함께 부각되면서, 자랑스러운 가문사로 소개됐던 이력이 정반대로 읽히게 됐다.

거열 박
확산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국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하영 측의 사과에도 광고와 방송 출연분이 비공개로 돌아가는 손절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 손절 자체가 다음 단계의 소재가 됐다.
8월 13일을 전후해 일본 매체들이 이 사안을 다루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이 겨냥한 대상이다. 일본 언론은 증조부의 친일 행적보다, 그 후손을 향한 한국 사회의 반응 방식을 문제 삼았다. 국내 논란이 '증조부가 무엇을 했나'였다면, 일본 보도는 '왜 한국은 후손을 이렇게 대하나'로 초점을 옮긴 셈이다.
구체적으로 후지TV 객원 해설위원 가모시카 히로미는 칼럼에서 하영의 출연분과 광고가 비공개 처리된 것을 두고 "현대판 연좌제"라고 규정했다.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JB프레스는 "왜 한국은 친일파의 자손을 용서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조상의 행적이 현세대를 심판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배우들의 사례까지 끌어왔다.
일본 누리꾼 반응도 비슷한 결이었다. "한국은 연좌제 국가", "하영은 불쌍하다", "일본에서 활동하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친일파에 대한 평가와 현재 일본에 대한 감정은 구별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다만 이 프레임은 안상호 본인이 내선일체를 적극 홍보한 당사자였다는 국내의 문제 제기와는 초점이 어긋나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국내 여론과 일본 보도의 온도차가 뚜렷하게 갈린 대목이다.
여론과 별개로 실제로 확정된 변화는 활동 중단 쪽에서 나타났다. 광고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 아트 TV' 영상 6개를 모두 비공개로 돌렸고, 의류 브랜드 아티드도 하영 출연 광고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방송에서는 '옥탑방의 문제아들' 해당 회차 다시보기가 중단됐고, 넷플릭스 예능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 2편의 공개가 취소됐다.
예정된 공식 일정도 멈췄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홍보를 위해 잡혀 있던 언론 인터뷰가 전격 취소됐다. 광고 비공개와 인터뷰 취소는 추측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사실이다.
반면 차기작은 다른 성격이다. 9월까지 촬영이 예정됐던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제작진이 사안을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라는 입장이고, 가을 크랭크인 예정인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시즌2도 일정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둘 다 '취소'가 아니라 '관망' 단계다.
정리하면 지금 확정된 것은 이미 공개됐던 광고·출연분의 비공개와 예정 인터뷰 취소이고,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관망 중인 차기작 두 편의 향방이다. 여기에 일본 매체의 '연좌제' 프레임이 국내 여론에 어떤 반작용을 부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