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이민우에게 검찰 인맥을 사칭해 24억5559만 원을 뜯어낸 방송작가 A씨에게 서울중앙지법이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A씨는 이미 형사 재판에서 징역 7년과 추징금이 확정됐지만, 추징금은 국고 환수여서 피해자에게 직접 가지 않기에 이민우가 별도 민사 소송을 냈다. 양측 모두 항소해 최종 배상 여부는 서울고법 2심에서 다시 가려진다.
신화 이민우가 방송작가 A씨에게 24억5559만 원을 뜯긴 사건은 2019년 6월에 시작됐다. 이민우가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오랜 친분이 있던 A씨가 접근했다. "검찰 내부에 유력한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 처분을 받게 도와주겠다"며 16억 원을 요구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사기가 성립한 핵심은 그 인맥이 애초에 없었다는 데 있다. 조사 결과 A씨에게는 검찰 내 인맥이 전무했고, 청탁을 성사시킬 능력이나 의사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처음부터 실현할 수 없는 일을 미끼로 돈을 받아낸 것이다.
요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고위직 검사 주선", "검찰 감찰부 무마", "CCTV 정밀 분석 비용" 같은 명목을 바꿔가며 돈을 계속 받아냈다. 이민우가 그해 12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에도 "보도로 곤란해진 검사들", "처분을 번복하려는 시도" 등을 들먹이며 압박을 이어갔다. 이민우는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26개월에 걸쳐 총 25억 원가량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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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미 형사 처벌을 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추징금 24억5559만 원이 확정됐다. 변호사법 위반이 함께 적용된 것은, 공무원이 다루는 사건을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맥이 실제로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이 구도 자체가 위법이라는 뜻이다.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데 이번에 또 민사 소송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의아해할 수 있다.
여기서 형사와 민사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 갈린다. 이번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박정기)는 A씨에게 24억555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추징금은 형사적 제재이고 손해배상은 피해를 되돌려 주는 것이어서 목적이 다르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차이는 돈의 행선지다. 형사 재판에서 매겨진 추징금은 범죄로 얻은 이익을 국고로 환수하는 성격이라 피해자에게 곧바로 돌아가지 않는다. 피해자가 실제로 돈을 되찾으려면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따로 제기해야 한다. 형사 판결문이 사기 사실을 인정해 준 것은 민사에서 유리한 근거가 되지만, 그 자체가 배상 명령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유죄가 확정됐다고 해서 피해 회복이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않는 셈이다. 이민우가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배상 판결이 최종 결론은 아니다. 이민우와 A씨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종 판단은 서울고법 2심으로 넘어간다.
배상액이 형사 추징금과 같은 24억5559만 원으로 매겨진 만큼, 2심에서 이 금액이 유지될지 조정될지가 관전 지점이다.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민우가 실제로 돈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A씨의 재산 상태에 달린 별개의 문제다. 배상 판결은 받아낼 권리를 확정하는 단계이지, 그 자체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