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 9월 23일 개봉 6주 만인 10월 29일 누적 340만 명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은 총제작비를 관객 수로 환산한 값이라 작품마다 다르고, 티켓값의 절반 안팎만 제작·투자 측에 돌아가기 때문에 관객 수만으로는 흑자 여부를 알 수 없다. 흥행 기사를 볼 때는 손익분기점 관객수가 함께 제시됐는지, 그 기준이 순제작비인지 총제작비인지, 집계 출처가 어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영화 기사에는 '○○만 돌파'라는 표현이 넘친다. 그런데 같은 300만 명을 모아도 어떤 영화는 돈을 벌고 어떤 영화는 적자를 본다. 흥행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관객 수 자체가 아니라 손익분기점이다.
손익분기점은 영화가 벌어들인 돈이 들인 돈과 같아지는 지점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이걸 극장 관객 수로 환산해 'BEP 관객수'라고 부른다. 이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 수익이고, 못 넘으면 적자다.

Bakyt Kosjan
관객 한 명이 1만원 안팎의 티켓을 사도 그 돈 전부가 제작·투자 측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업계 설명을 빌리면, 한국영화의 관람료 수입은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대략 5500원 대 4500원으로 나눈다. 배급사 몫인 4500원에서도 배급 수수료 등을 빼면, 관객 한 명이 실제로 남겨 주는 돈은 3600~3800원 정도로 본다.
그래서 업계는 흔히 '총제작비의 약 3배 관객'을 손익분기점의 어림값으로 쓴다. 제작비 100억원짜리 영화라면 대략 300만 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티켓값의 절반 남짓만 영화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면, 왜 그만한 관객이 있어야 본전인지 이해가 쉽다.
가장 큰 변수는 비용이다. 총제작비는 촬영과 인건비 같은 순제작비에 홍보마케팅비를 더한 금액이다. 블록버스터처럼 마케팅에 크게 쓰면 손익분기점도 함께 올라간다.
기준을 순제작비로 잡느냐 총제작비로 잡느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달라진다. 과거 '올빼미'는 제작비 90억원을 3배로 계산하면 270만 명이지만, 210만 명대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작비가 순제작비인지 총제작비인지 공개되지 않으면 추산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손익분기점이 낮아지는 쪽으로 움직인다. 관람료가 오른 데다, OTT와 IPTV 같은 부가판권, 해외 수출 수익이 더해지면 극장 관객만으로 메워야 할 몫이 줄기 때문이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9월 23일 개봉해 10월 29일 누적 340만 1825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 34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6주 만이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했다.
여기서 '340만'은 배급사가 총제작비를 바탕으로 제시한 손익분기점 관객수다. 이 작품은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섹션과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해외 판매나 부가판권 수익까지 더해진다면, 실제 손익은 극장에서 340만을 넘긴 시점보다 더 나을 수 있다. 극장 성적은 전체 수익의 한 조각이라는 얘기다.
흥행 숫자를 접할 때는 몇 가지를 함께 확인하면 오해가 줄어든다.
제작비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영화라면 '손익분기점 돌파' 보도가 떠도 숫자를 그대로 믿기보다, 그것이 배급사 공식 발표인지 매체 추산인지부터 구분하는 편이 안전하다. 관객 수는 흥행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그 숫자가 흑자인지 적자인지는 비용을 알아야 비로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