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는 2020년 시민기자단이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독립운동가로 소개한 공식 블로그 글을 친일 논란이 커진 8월 11일 비공개 처리했다. 게시 당시 친일인명사전 미등재를 근거로 삼았다는 시의 설명은, 지자체 콘텐츠 검증이 특정 자료 하나에 기대 있었음을 드러낸다. 지역 인물을 독립운동가로 규정하려면 활동 단체의 성격과 서훈 기록까지 교차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사례의 핵심이다.
안양시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독립운동가로 소개했던 공식 블로그 글을 8월 11일 비공개로 돌렸다. 2020년에 올린 글이니 6년 가까이 그대로 있던 셈이다. 하영의 친일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손을 댄 것이지, 새로운 사실이 확인돼 정정한 것은 아니다.
발단은 방송이었다. 하영은 8월 7일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나와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증조부 안상호(1872~1927)에게 관심을 돌렸고, 온라인에서 그의 친일 행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번지자 하영은 SNS에 사과의 뜻을 밝혔고, 지자체 게시물까지 함께 소환된 것이 이번 안양시 조치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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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글은 시가 직접 쓴 홍보물이 아니라 시민기자단이 작성한 것이다. 2020년 광복 75주년을 맞아 '안양시의 독립운동가를 찾아서'라는 기획으로, 안상호를 안양 출신 독립운동가로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네이버 안양시 공식 블로그의 시민기자단 카테고리에 실렸다.
기획 취지 자체는 지역의 인물을 발굴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소개된 인물의 이력이 그 취지와 정반대 방향의 기록을 함께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해당 글을 게시할 당시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 관련 논란이 이어져 비공개 처리했다"고 밝혔다. 삭제가 아니라 비공개다. 글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접근을 막은 조치다.
시가 든 근거 중 하나는 안상호가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전에 없으니 게시 시점에는 걸러낼 단서가 부족했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게시가 정당했다는 해명이라기보다, 검증이 특정 자료 하나에 기대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안상호는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연 인물로, 고종을 진료한 이력이 전해진다. 의료사 측면에서는 분명 기록될 만한 이름이다.
동시에 그는 1916년 대정친목회(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단체는 역사문제연구소 등의 자료에서 총독정치를 시인하고 내선융화를 내세운 조직으로 규정된다. 안상호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내선일체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업적과 친일 행적이 한 사람 안에 겹쳐 있는 셈이다.
이번 일은 지자체 콘텐츠 검증의 빈틈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을 만든 주체는 시민기자단이고, 인물의 자격을 판별하는 근거는 사실상 친일인명사전 등재 여부였다. 사전에 이름이 없으면 통과되는 구조라면, 대정친목회 평의원 기록처럼 사전 바깥에 있는 자료는 걸러지지 않는다.
지역 인물을 '독립운동가'로 규정하는 콘텐츠라면, 서훈 기록이나 활동 단체의 성격까지 교차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일제강점기 인물은 의료·교육 같은 공적 이력과 친일 행적이 함께 남은 경우가 적지 않아, 한쪽 기록만 보고 성격을 규정하면 이번처럼 뒤집힐 위험이 있다. 판단이 애매한 인물은 단정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이력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번 사례는 그 절차가 없을 때 6년이 지나 논란이 터진 뒤에야 대응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