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에 더해, 집안을 '의료 명문'으로 소개한 이력이 기록과 어긋난다는 '가짜 이력'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와 KBS, 넷플릭스 등이 하영 출연 콘텐츠를 잇따라 비공개하거나 취소했다. 다만 친일 행적에 대한 전문가 평가가 엇갈리고 이력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나오지 않아, 아직 확정된 결론은 없다.
배우 하영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 두 갈래다. 하나는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의혹, 다른 하나는 집안의 '의료 명문' 이력이 사실과 다르다는 '가짜 이력' 의혹이다. 뒤엣것이 최근 새로 불거진 쪽이다.
발단은 하영이 8월 7일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증조부가 "일본 유학 후 한양에 최초로 서양식 병원을 개원"했다고 소개하고 4대째 의사 집안임을 밝힌 장면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족사의 다른 대목까지 검증 대상에 올랐다.
Photo by MicheleAroundTheWorld on Unsplash
새 의혹의 핵심은 하영 부친 안병문 원장이 2002년 중앙일보에 쓴 기고문이다. 그는 "우리 집안은 몇 안 되는 의료 명문"이라며, 증조부가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과 함께 관립의학교 교관을 지냈고 초대 한성의사회장을 맡았다고 적었다.
그런데 정부 기록 등에는 지석영과 함께 관립의학교 교관으로 일한 인물이 안상호가 아니라 김익남으로 나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익남은 1899년 도쿄지케이의원의학교를 졸업하고 1900년 관립의학교 교관에 취임해 4년간 근대 한국인 의사 32명을 배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일부 매체와 온라인에서는 "남의 업적을 자기 집안 것처럼 소개했다"는 거짓 이력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이 대목에 대한 하영 측이나 부친의 구체적인 반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력 의혹과 별개로, 친일 논란이 커지자 광고·방송은 빠르게 거리를 뒀다. 삼성전자는 공식 채널에 올린 '삼성 아트TV' 하영 출연 영상을 전부 비공개로 돌렸다. 의류 브랜드 아티드도 지난해 촬영한 하영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다만 아티드 측은 "계약은 지난해 이미 끝났다"고 밝혔다. 이미 종료된 계약이라도 노출을 지우는 쪽을 택한 셈이다.
방송과 OTT도 움직였다. KBS는 하영이 출연한 '펜트하우스 키즈'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고, 넷플릭스 신작과 관련해 예정됐던 인터뷰도 취소됐다. 웹예능 등에서도 하영 관련 콘텐츠를 내리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여기서 하나 구분할 점이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계약 해지'라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비공개하거나 재생을 멈추는 형태의 대응이다. 아티드처럼 계약이 이미 끝난 경우도 있어, 브랜드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중요한 건 친일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가 갈린다는 점이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증조부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오른 기록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입장을 정정하고 사과했다. 기록의 존재 자체는 인정된 셈이다.
그러나 이 기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행적을 확인했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역사학자는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곧바로 '친일파'라고 단정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명단에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라는 뜻이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가짜 이력' 의혹에 대해 하영 측이 근거를 들어 해명하는지. 둘째, 친일 행적에 대한 사료 검증이 어느 쪽으로 정리되는지. 셋째, 광고·방송 복귀나 손해배상 같은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다. 지금 확실한 것은 기록의 존재와 업계의 거리두기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의혹과 평가의 영역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