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방송 24일 만인 9월 5일 향년 63세로 별세했다. 그는 27년간 중증 자폐 아들 제원 씨를 홀로 돌봤고, 간암 말기 판정 뒤 책 '안녕, 피터팬'을 펴내며 인세와 후원금 4억여 원을 피터팬 재단 설립 자금으로 내놓았다. 앞으로 그가 시작한 재단과 발달장애인 공동체 설립이 실제로 이어지는지가 확인할 지점이다.

지난 8월 1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아버지가 나왔다. 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돌봐온 전경철 작가다. 방송이 나간 뒤 그의 사연은 널리 퍼졌지만, 정작 본인은 24일 뒤인 9월 5일 저녁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누구였고 무엇을 남겼는지 짚어본다.

Book Hut
전 작가는 정신연령이 두세 살에 머문 중증 자폐성 장애 아들 제원 씨를 27년간 혼자 키웠다.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른 이유는 단순하다. 정신 연령이 어린아이에 멈춰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모습이, 네버랜드에서 나이 들지 않는 피터팬을 닮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돌봄은 끝이 정해진 싸움으로 바뀌었다. 그는 2025년 4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머물 곳을 찾는 일이 남은 시간의 과제가 됐다. 정신연령이 두세 살에 머문 성인을 27년간 혼자 감당한다는 것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돌봄을 하루도 거르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성인이 된 중증 발달장애인이 지낼 자리를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그 과정에서 드러났다.
'유 퀴즈'에서 그는 아버지로서의 복잡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7년간 내게 큰 행복을 줬던 잘생긴 아기를 품에 꼭 안고 떠날 것"이라고 했고, 한편으로는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다"며 아들이 자신을 희미하게만 기억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방송 뒤 많은 시청자가 반응했다. 개인의 눈물겨운 사연으로만 소비되기보다, 부모가 떠난 뒤 성인 중증 발달장애인을 누가 돌보느냐는 물음을 함께 남겼다는 점에서 여운이 길었다. 방송이 화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연은 한 번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인 8월 25일 책 '안녕, 피터팬'을 필명 '꼭두'로 펴냈다. 간암 판정 이후 아들이 지낼 거처를 찾아다닌 기록을 담았다.
말에 그치지 않았다. 전 작가는 성인 중증 자폐 가족을 위한 '피터팬 재단'과 발달장애인 공동체 설립을 추진했고, 책의 인세와 개인 후원금 전부인 4억여 원을 재단 설립 자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아둔 돈을 자신이나 아들의 마지막을 위해 쓰는 대신 같은 처지의 가족에게 돌리려 한 셈이다. 장례는 평소 뜻에 따라 빈소 없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한 사람의 별세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가 남긴 것은 사연이 아니라 미완의 계획이다.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4억여 원을 걸어 시작한 피터팬 재단과 발달장애인 공동체 설립이 유가족과 뜻을 이은 이들을 통해 실제로 세워지는지다. 다른 하나는 홀로 남은 제원 씨의 거처와 돌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다. 두 물음은 결국 그가 방송에서 던진 질문, 부모가 떠난 뒤의 성인 발달장애인 돌봄이라는 사회적 과제로 연결된다. 답은 아직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