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특별법 시행에 따라 12월 16년 만에 부활하며, 이번엔 이미 처분한 재산의 매각 대금까지 환수할 수 있게 됐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이 이 제도와 맞물리며 실제 재산 환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대상자 지정·재산 확인·후손 승계 추적이라는 세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성립한다. 조사위 출범 전이라 하영 집안이 실제 환수 대상인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며, 이미지 논란과 법적 판단은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은 지금 두 갈래로 번지고 있다. 하나는 방송·광고에서 하영을 배제하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다면 그 집안 재산도 국가가 환수하느냐"는 물음이다. 두 문제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앞의 것은 여론과 방송사·플랫폼의 판단에 달린 이미지 문제다. 실제로 하영이 8월 12일 자필 사과문을 올린 뒤에도 KBS는 관련 콘텐츠를 내렸고, 넷플릭스는 예정된 인터뷰를 취소했으며 일부 광고는 비공개로 돌아갔다. 반면 재산 환수는 여론이 아니라 법과 조사 절차가 결정한다. 사과 여부나 호감도와 무관하게 별도의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대중이 체감하는 논란의 크기와, 국가가 실제로 재산을 되찾을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판단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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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음이 단순한 가정이 아닌 이유는 시점에 있다. 정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했고, 이 법은 12월 시행된다. 이에 따라 2010년 활동을 끝냈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에 다시 꾸려진다. 법무부는 6월 설립준비단을 출범시켰고, 조사위는 12월 정식으로 문을 연 뒤 최대 5년간 활동한다. 과거 위원회가 2010년 문을 닫은 뒤 친일재산 환수는 사실상 멈춰 있었는데, 이번 부활로 다시 조사의 창구가 열린 셈이다.
이번 법에서 가장 달라진 대목은 환수 범위다. 과거에는 친일재산이 이미 팔려 남의 손에 넘어갔거나 현금으로 바뀌면 사실상 손을 대기 어려웠다. 새 법은 이미 처분된 재산의 매각 대금, 즉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후손이 땅을 팔아 다른 자산으로 바꿔 두었더라도 추적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과거 방식의 허점을 메운 조항이라, 이번 조사위의 실제 환수 실적이 예전과 얼마나 달라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된다.
그렇다고 논란이 곧 환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영의 증조부가 환수 대상이 되려면 크게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첫째, 증조부가 법률상 환수 대상자, 곧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돼야 한다. 스포츠경향 보도에 따르면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는 1916년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올라 있었다. 평의원은 일반 회원이 아니라 간부 직책으로 분류된다. 보도는 그가 일본인 부인과 결혼하고 매일신보 기사 등을 통해 일선동화 정책을 홍보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다만 이런 행적이 지목됐다는 것과, 조사위가 법적으로 환수 대상자로 확정하는 것은 별개의 절차다.
둘째, 그가 일제강점기에 취득한 재산이 실제로 확인돼야 한다. 셋째, 그 재산이 후손에게 어떤 경로로 이어졌는지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세 조건 중 하나라도 입증되지 않으면 환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환수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특정 재산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후손이라는 사실만으로 개인 재산 전체가 환수되는 것이 아니라, 친일 행위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된 재산과 그 처분 대가에 한정된다.
정리하면, 재산 환수 가능성을 여는 법적 근거는 12월부터 갖춰지지만 하영 집안이 그 대상인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조사위가 출범조차 하지 않았고, 증조부의 재산 확인이나 대상자 지정 같은 단계는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세 가지다. 조사위가 12월 부활한다는 것, 처분한 재산의 대가까지 쫓을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하영 집안이 이 제도의 시야에 들어올 조건을 일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조사위가 실제 조사에 착수한 뒤에야 답이 나온다. 조사위 활동 기간이 최대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령 대상에 오르더라도 재산 확인과 국가귀속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사이 이해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으로 다투는 경우도 적지 않아, 논란이 뜨거운 지금 곧바로 결론이 나오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지 논란의 열기와 재산 환수의 법적 판단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결과를 예단하기 전에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