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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소개한 증조부 안상호가 1916년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을 지낸 기록이 확인됐고, 하영은 논란 5일 만인 12일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소속사가 처음 '사실무근'이라던 입장을 하루 만에 정정한 뒤 나온 사과로, 하영은 친일 행위 자체가 아니라 역사를 제대로 모른 채 가족사를 자랑처럼 꺼낸 점을 인정했다. 홍보 인터뷰 취소와 광고 영상 비공개 등 조치가 이어진 만큼, 예정된 촬영·방영과 광고 계약의 진행 여부가 이후 확인할 지점이다.

발단은 8월 7일 방송된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이었다.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4대째 의사 집안 출신으로 소개하며, 증조부가 한양에서 처음으로 양의원을 열고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뒤 온라인에서는 이 증조부의 과거 행적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다.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는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남아 있다. 가족의 자랑으로 꺼낸 이력이 친일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거열 박
초기 대응은 부인이었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친일파라는 의혹에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입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날인 11일, 소속사는 추가 확인 결과 안상호가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실제로 이름을 올린 기록이 존재한다며 입장을 정정했다.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답해 혼란을 빚었다는 사과가 함께 나왔다. 처음의 '사실무근'이 하루 만에 사실상 인정으로 바뀐 셈이다.
하영 본인의 자필 사과문은 12일 SNS에 올라왔다. 논란이 불거진 지 5일 만이다.
인정한 대목은 분명했다. 하영은 부끄럽게도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적었다.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한 것을 반성한다고도 했다.
여기서 인정의 범위를 짚어둘 필요가 있다. 사과의 대상은 친일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검증 없이 경솔하게 말한 태도다. 친일 기록은 증조부의 것이고, 하영이 사과한 것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자랑삼아 언급한 부분이다. 고의가 아니라 무지였다는 해명이 사과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다. 소속사가 회사 차원의 성급한 대응을 사과했다면, 하영은 개인의 발언을 사과했다는 점에서 두 사과의 결은 다르다.
논란은 이미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복절을 앞두고 잡혀 있던 드라마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 인터뷰가 취소됐고, 하영이 모델로 나선 일부 브랜드의 광고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문제가 된 방송분의 다시보기와 온라인 클립도 비공개 처리됐다.
이런 조치들은 대체로 논란 초기에 나오는 1차 반응이다. 관전 포인트는 그다음이다. 예정된 작품의 촬영과 방영이 그대로 이어지는지, 광고주들이 계약을 유지하는지, 취소된 홍보 일정이 재개되는지가 이번 사과의 실제 무게를 가늠할 기준이 된다. 사과문 한 장으로 정리될지, 활동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이후 며칠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