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돌봐 온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9월 5일 간암으로 별세했다. 그는 시한부 판정 뒤에도 홀로 남을 아들의 거처를 찾아 전국 시설 1000여 곳의 문을 두드렸고, 그 여정은 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을 사회에 각인시켰다.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이 공동체 마을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 정착이 이어질지와 제도 논의의 진전 여부가 앞으로 지켜볼 지점이다.
중증 자폐 아들을 오랜 세월 홀로 키워 온 전경철 작가가 지난 9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56분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 사인은 간암이었다. 그는 2025년 4월 간암 말기 진단과 함께 약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그 뒤로 1년 넘게 투병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로 치러졌다. 요란한 애도 대신 조용한 마무리를 택한 셈이다. 그의 사연을 지켜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측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Ketut Subiyanto
전 작가에게는 아들 제원 씨가 있다. 2007년 중증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고, 정신연령은 두세 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모의 이혼 뒤 전 작가가 홀로 20년 넘게 돌봐 온 아들이다. 그는 나이를 먹어도 어린아이의 세계에 남아 있는 아들을 '피터팬'이라 불렀다.
이 이야기는 에세이 '안녕, 피터팬'에 담겼다. 올해 3월 MBC '실화탐사대'로 처음 널리 알려졌고, 7월 CBS 라디오 '뉴스쇼'를 거쳐 8월 1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방송에서 그가 전한 것은 부성애의 미담이라기보다, 돌보는 사람이 사라진 뒤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의 무게였다.
먹고 씻고 이동하는 일상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한 아들을, 그는 20년 넘게 혼자 감당해 왔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 작가의 사연이 특별한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널리 공감을 얻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전 작가의 걱정은 자신의 병이 아니라 홀로 남을 아들이었다. 그는 아들이 안정적으로 지낼 보금자리를 찾아 전국 보호시설 1000여 곳에 문의하고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증 발달장애인을 받아 주지 않았다. 어렵게 입소한 한 시설에서는 몇 시간 만에 아들을 돌려보냈다. 돌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가장 손길이 절실한 대상이 오히려 문턱에서 밀려나는 현실이, 그의 마지막 1년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가 남긴 말은 개인의 부탁을 넘어선다. "다시는 이 땅에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는 문장은, 한 아버지의 사연이 왜 사회적 질문이 되는지를 보여 준다.
다행히 전 작가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이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지낼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 1000여 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매달린 숙제의 답을 일부나마 찾은 것이다.
남는 물음은 그 뒤다. 아버지 없이 아들이 그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을지, 개별 후견과 지원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 넓게는 그가 부딪힌 시설 부족과 입소 거절의 벽, 즉 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을 메우려는 제도 논의가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전될지가 앞으로 확인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