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런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다루는 영화로, 7월 15일 국내 개봉해 상영 중이다. 전쟁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를 그리기 때문에 트로이 전쟁의 세부 지식이 없어도 큰 줄기를 따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오디세우스가 왜 집에 못 돌아오는지 정도의 배경만 알고 가면 초반 몰입이 훨씬 쉬워진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각색한 작품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부터 정리하면, 호메로스에게는 두 편의 서사시가 있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 그 자체를 다룬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이야기다.
놀런이 택한 건 후자다. 트로이를 함락시킨 그리스 진영의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다 10년 가까이 표류하는 귀향기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톰 홀랜드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았고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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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큰 줄기는 따라갈 수 있다. 영화의 출발점은 전쟁이 끝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이미 승리한 뒤이고, 이야기의 동력은 '어떻게 싸웠나'가 아니라 '어떻게 집에 돌아가나'에 있다.
그래서 필요한 배경은 생각보다 얇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갔다가 전쟁이 끝났는데도 신들의 방해로 좀처럼 집에 못 돌아온다는 것, 그동안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이 이타카에서 그를 기다린다는 것. 이 정도만 알고 가도 초반부터 헤매지 않는다.
반대로 세부까지 다 알 필요는 없다. 헬레네와 파리스, 아가멤논, 아킬레우스로 이어지는 트로이 전쟁의 복잡한 인물 관계는 이 영화의 본편이 아니다. 그 지식이 있으면 감상의 결이 풍부해지지만, 없다고 이야기가 막히지는 않는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2004년작 '트로이'를 미리 챙겨 봐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 영화 역시 '일리아스' 계열의 전쟁 이야기라 시대 배경은 겹치지만, 오디세우스의 비중이 크지 않고 놀런의 '오디세이'와 직접 연결되는 속편도 아니다.
하나 알아두면 좋은 것은 '트로이 목마'다. 흔히 오디세이아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이 유명한 계략은 사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 어디에도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후대 시인들의 이야기, 특히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장면이다.
형식 면에서 이 영화는 정직한 시간순 나열이 아니다. 놀런은 그리스의 구전 전통을 빌려, 음유시인이 영웅의 이야기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구조를 택했다. 과거의 전쟁담과 현재의 귀향길이 오가는 만큼,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어느 시점인지 의식하며 따라가면 좋다.
러닝타임도 감안할 부분이다. 상영시간이 약 3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대작이라, 짧게 훑는 영화는 아니다. 또 IMAX 70mm 필름 카메라만으로 전편을 찍은 첫 장편이라는 점에서, 가능하면 큰 화면 상영관을 고르는 편이 제작진의 의도에 맞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이렇다. 신화에 익숙하지 않아도 '전쟁이 끝났는데 집에 못 가는 영웅' 한 줄만 쥐고 가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인물 관계까지 즐기고 싶다면 오디세이아 줄거리를 10분 정도 훑고 가는 것으로 족하다. 2004년 '트로이'까지 예습할 필요는 없다.